고려시대 불교서적 『자비도량찹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 금속활자본의 발견

『직지(直指)』보다 이른 시기에 인쇄된 금속활자본

문귀호 선임기자 승인 2024.10.16 14:57 의견 0

최근에 공인박물관이 소장하던 고려시대 불교서적 『자비도량찹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 판본의 소유권이 개인 소장자로 넘어가면서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조사하게 된 판본이 금속활자본 『직지(直指)』보다 이른 시기에 인쇄된 금속활자본의 원본임이 밝혀졌다. 이번 조사결과는 미국 WaferMasters사의 대표이며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유우식 박사가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의 학술지인 보존과학회지에 지난 8월 26일 연구논문으로 제출하여 복수의 심사위원에 의한 2차례의 심사를 거쳐 지난 10월 10일 게재가 확정되었다. 오는 12월에 발행되는 보존과학회지 제40권 제4호에 “이미지 비교와 분석에 의한 『자비도량참법집해』 이본 조사 -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보물 목판본에 선행하는 금속활자본의 발견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새로 발견된 금속활자본 (왼쪽), 보물로 지정된 목판본 (가운데)과
두 판본의 묵흔을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채색하여 겹쳐 비교하는 방법으로
목판의 수축을 확인한 이미지 (오른쪽)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학술지인 보존과학회지 논문심사 결과
(2024년 12월에 발행되는 제40권 제4호 게재 확정)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 PicMan을 개발한 유우식 박사의 1239년에 인쇄된 세계 최고금속활자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의 발견에 이은 한국 고인쇄기술사(古印刷技術史)의 이제까지의 상식을 파괴하는 대발견이다. 이번 『자비도량찹법집해』 금속활자본의 발견으로 우리나라는 비록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직지』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직지』보다 138년 이른 시기에 인쇄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금속활자본과 수년에서 십 수년 앞선 시기에 인쇄된 『자비도량찹법집해』 금속활자본을 소장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고려시대 고서의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자비도량찹법집해』, 『직지』 모두 고려시대 금속활자인쇄를 대표하는 불교서적이다. 불교는 세계 최고목판인쇄물인 신라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을 비롯하여 금속활자인쇄술의 발명과 실용화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지식 공유와 전파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 인쇄기술 개발의 숨은 공로자인 셈이다. 우리의 인쇄기술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불교계와 사학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2010년 6월 28일 대한민국의 보물로 지정된 목판본 『자비도량참법집해』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불서는 금속활자본을 번각(飜刻)한 목판으로 인쇄한 것이지만 조판 형식, 글자의 모양 및 크기 등의 비교를 통하여 금속활자본 『직지(直指)』를 인쇄한 금속활자인 흥덕사자(興德寺字)로 인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자비도량참법집해』 목판본을 통해 고려 후기에 『직지』외에 또 다른 금속활자본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됐다. 그동안 이 목판본의 저본(底本)으로 사용되었을 금속활자본 『자비도량참법집해』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새롭게 발견된 『자비도량참법집해』 판본과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번각 목판본과의 면밀한 이미지 비교 및 분석을 통하여 새롭게 발견된 판본의 광곽이 번각 목판본에 비해서 길이 방향으로 2.1~5.6% 긴 것으로 측정되었다. 따라서 새롭게 발견된 『자비도량참법집해』 판본은 고려말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금속활자본으로 판명되었다. 목판본의 광곽의 세로방향의 길이가 금속활자본에 비해서 짧아진 것은 목판을 판각할 때보다 목판인쇄를 실시할 당시에 목판의 건조로 인하여 목판이 세로방향으로 수축한 결과이다. 또한 『자비도량참법집해』는 이제까지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직지』를 인쇄하는데 사용되었다는 ‘흥덕사자’와는 다른 활자로 인쇄된 것이 밝혀졌다. 『자비도량참법집해』의 인쇄에 사용된 활자의 완성도가 낮은 점과 저자인 천태종(天台宗) 승려 조구(祖丘, 1310년대 후반-1395)가 조선 태조 원년(1392)에 선교도총섭(禪敎都摠攝), 태조 3년(1394)에 국사(國師)로 책봉되었던 것으로 보아 인쇄 시기도 『직지』가 인쇄된 1377년보다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자비도량참법집해』 금속활자본의 발견은 고려시대 금속활자 인쇄술의 보급과 기술적 왼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연락처: 유우식
미국 WaferMasters, Inc. woosik.yoo@wafermas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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