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문화유산을 따라 걷다

남한산성국가유산지킴이의 특별한 탐방기

손아영 시민기자 승인 2024.08.27 14:39 | 최종 수정 2024.08.28 06:17 의견 1

지난 8월 2024년 8월 23일부터 24일까지 남한산성국가유산지킴이(前남한산성문화유산지킴이)가 서해안의 역사적 유산을 따라 특별한 탐방을 떠났다. 이번 여정은 과거를 되짚고, 유산들을 더 깊이 이해하며, 그 보존 방안을 고민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첫 번째로 발길을 닿은 곳은 서산의 간월암. 이곳은 바닷물이 차오르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는 신비로운 장소다.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며 참선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의 절경이 마치 남한산성의 숲처럼, 차분해진 마음의 평화와 함께 시간의 흐름 속에 깃든 이야기와 자연이 어우러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방문한 성주사터는 오랜 세월에도 잃지 않은 위엄으로 또 다른 시간 속에 지킴이들을 이끌었다. 국보 제8호 대낭혜화상백원보광탑비 앞에서 지킴이들은 유경조 보령시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통일신라 시대의 불교 신앙과 철학을 되새겼다. 이곳에서의 탐방은 남한산성에 남은 불교 유적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성주사터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지킴이들은 남한산성의 숨은 유산들이 가진 소중함과 보존 방향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갈매못성지로의 여정은 한국 천주교의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는 시간이었다.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순교한 이야기는, 넓게 펼쳐진 바다와 맞물려 더욱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남한산성 역시 신해박해 시기부터 순교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만큼, 갈매못성지에서 느낀 감정은 남한산성의 역사적 의미와도 밀접하게 닿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충청수영성과 오천항은 조선 시대의 해안 방어의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성벽 위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당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렸다.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오천항은, 마치 남한산성의 울창한 숲과 산세를 이은 성곽이 수도 한양을 지켰듯 그 당시 사람들에게 든든한 방패가 되었을 것이다.

남한산성국가유산지킴이는 서해안 유적지의 아름다움과 가치 속에서 남한산성과의 역사적 유사성을 느꼈다. 바람과 바다, 숲과 산,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 걸으며, 남한산성의 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이 여정은 우리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재충전이자 배움의 시간이었고,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이번 활동은 남한산성국가유산지킴이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으로, 자립적인 활동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동시에, 앞으로 지속할 수 있는 활동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기관의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고 관심과 지원을 통해 동력을 얻어야 하는 숙제도 안았다.

서해안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 동안, 지킴이들은 남한산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그 고요한 산성 안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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