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100주년을 맞는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1925년 발행된 2종류의 『진달래꽃』 초간본 탄생의 비밀

문귀호 선임기자 승인 2024.10.13 18:09 | 최종 수정 2024.10.13 18:39 의견 0

2011년에 김소월(金素月, 1902~1934)의 시집 『진달래꽃』 초간본 2종 4점이 문화재로 등록됐다. 1925년 12월 26일 매문사(賣文社)에서 발간한 초간본으로 중앙서림(中央書林)과 한성도서주식회사(漢城圖書株式會社)를 통해서 판매되었다. 내년이면 발행 100주년을 맞는다. 문화재 등록 예고의 발표가 있기 8일 전인 2010년 10월 6일, 중앙일보는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둘 다 초간본 맞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을 정도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제목의 표기법, 판형과 지질 등이 다른 두 종류의 책을 동시에 출간된 초간본이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며 국가문화재라는 비중을 감안할 때, 보다 치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국문학⋅서지학 전문가들의 주장이 소개되었다. 내년이면 발행 100주년을 맞는 2종류의 『진달래꽃』 초간본 탄생의 비밀을 밝힐 때가 되었다.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의 학술지인 보존과학회지 2024년 9월호에 ‘이미지 비교와 분석을 통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간본 이본의 인쇄 방법 추정’이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이 출판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반도체 생산 및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의 기술책임자이며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유우식 박사와 단국대학교 자유교양대학 유영식 교수이다. 유우식 박사는 서지학 및 문화재 분야의 연구에 최첨단 이미지 비교 분석법을 접목한 연구를 통하여 2012년에 보물로 지정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가 1239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임을 밝혀내고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출판하고 2023년과 2024년에 미국인쇄역사협회의 인쇄연표를 수정하기도 하였다. 두 저자는 디지털 이미지 분석법을 활용하여 광화문 해치상의 원위치 추정 등 문화유산 관련 연구를 함께 진행하여 다수의 국문과 영문 논문을 함께 집필한 바 있다.

중앙서림본과 한성도서본 2종의 시집에서 ‘진달래꽃’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동일한 축척으로 조정하여 비교하였다. 판본간의 차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인쇄된 잉크색을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각각 다르게 채색하고 배경의 종이 색을 제거하여 겹치는 방법으로 판본간의 차이를 가시화하여 비교하였다.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 (PicMan)을 사용하여 두 판본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정량화하고 그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1920년대 인쇄 당시의 인쇄기술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과의 비교와 고찰을 통하여 두 판본의 인쇄방식에 관하여 추정하였다.

중앙서림 판본이 한성도서 판본보다 인쇄영역의 폭이 좁았다. 중앙서림 판본보다 한성도서 판본의 폭이 약 2.4% 넓어지게 된 원인은 인쇄방식의 차이에 있음을 밝혔다. 책이 출판될 당시인 1920년대에 인쇄에 사용되었던 활판 인쇄방식이었던 원압식, 평판식, 윤전식 인쇄방식의 특징을 조사하였다. 인쇄영역 폭의 차이는 원압식 또는 평판식 인쇄방식과 윤전식 인쇄방식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중앙서림 판본은 원압식 또는 평판식 인쇄방식을 사용하였고 한성도서 판본은 조판된 활자로 지형을 만들어 연판을 제작하여 윤전식 인쇄기에 부착하여 인쇄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따라서 중앙서림 판본이 한성도서 판본보다 먼저 인쇄된 것으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네 가지 판본 중에서 가장 먼저 인쇄된 원간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윤전식 인쇄의 경우에는 연판을 원통에 부착하는 과정에서 연판이 한쪽으로 늘어나면서 왜곡이 생기는 것임이 이론적 검토에서 확인된 결과와 일치한다.

이번 연구를 통하여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간본 출간 100주년을 앞두고 매문사에서 인쇄된 것 중에서 중앙서림을 통해서 판매된 판본이 소량인쇄에 적합한 평압식 인쇄방식으로 인쇄한 것으로 초간본임이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 예로 든 인쇄물의 이미지 분석을 이용한 근대서지의 인쇄방법 등 다양한 특징 파악을 통한 체계적 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연락처: 유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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