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영웅, 판옥선의 아버지 정걸장군 흔적을 찾아서 안동사(雁洞祠)에 가다

- 정걸 장군은 조선 수군 판옥선의 아버지이자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멘토였다
- 임란·정유재란 거치며 정걸-정연-정홍록 3대가 순절한 충절의 집안이었다

김오현 선임기자 승인 2024.11.12 09:00 | 최종 수정 2024.11.12 14:01 의견 2

조선 시대 명장 정걸장군을 비롯한 압해정씨(영광정씨) 불우헌공파(不憂軒公派) 사당인 안동사의 전경(사진촬영 김오현, 네이버 검색)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길두리에 자리한 안동사(雁洞祠)는 조선 시대 명장 정걸장군(丁傑將軍)을 비롯한 압해정씨(押海丁氏, 영광정씨) 불우헌공파(不憂軒公派)8위를 모시는 사당이 있다. 고흥만 비봉산 자락에 위치한 안동마을은 조선 수군의 중심 인물이었던 정걸 장군(丁傑 將軍)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온 곳이다. 1555년 을미왜변 이후로 수많은 침략을 격퇴한 해전의 명장이며 전라, 경상, 충청의 수사를 두루 역임하고 수군절도사 이순신의 조방장으로 판옥선 제작을 주도했던 정걸장군(丁傑將軍)이다. 고흥군 포두면 안동마을에서 3대가 나라지킨 선조의 정신을 계승하며 세대를 잇고 있는 고흥 압해정씨(영광정씨) 불우헌공파(不憂軒公派) 사당인 안동사(雁洞祠)를 찾아 가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길두리에 자리한 안동사(雁洞祠) 주변 전경과 승유재의 모습


▶ 안동사(雁洞祠)

안동사(雁洞祠)가 있는 안동마을은 고흥군 포두면 길두리 비봉산에서 바라본 마을의 형국이 마치 기러기가 내려앉는 것 같은 모습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정걸(丁傑)은 압해정씨(押海丁氏, 영광정씨) 불우헌공파(不憂軒公派) 후손으로 상춘곡(賞春曲)으로 유명한 불우헌 정극인(不憂軒 丁克仁, 1401~1481)선생이 그의 5대조 할아버지이다. 정극인(丁克仁, 시조로부터 26세손)은 삼준(三俊), 칠현(七賢) 등 두 아들을 두었는데 장남 삼준(三俊)이 창원으로, 차남 칠현(七賢, 27세손)이 고흥으로 이거해 고흥 입향조(入鄕祖)가 되었다.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 원촌 마을 입구에 있는 정극인 동상과 시비, 무성서원 입구 전경

정걸장군(丁傑將軍)은 1796년(정조 20년) 고흥 운곡사(雲谷祠)에 배향(配享)하게 되었는데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훼철되어 압해정씨(押海丁氏, 영광정씨) 불우헌공파(不憂軒公派) 선조들의 위패를 모실 곳이 없어지자 1974년 길두리 안동마을에 안동사(雁洞祠)를 건립했다. 이곳에는 상춘곡을 쓴 조선전기의 문신이자 대학자인 불우헌 정극인(不憂軒 丁克仁)을 주벽으로 하여 좌우에 8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좌로부터 정덕주, 정운희, 정걸, 정극인, 정귀수, 정연, 정홍록, 정효목 등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1555년 정걸 장군이 처음으로 건조해 사용한 조선의 판옥선과 거북선 도안(사진제공 네이버검색)

정걸장군(丁傑將軍)은 광산김씨 현감 석백의 딸과 결혼해 1남 2녀를 두었다. 아들이 정연(丁淵)이며 사위는 송응기(宋應璣)와 황민후(黃敏厚)이다. 큰사위 송응기(宋應璣)는 여산송씨 송순의(宋純義)의 아들인데, 전라병사로서 이순신의 절친인 보성의 선거이(宣居怡) 장군의 처남이다. 둘째사위 황민후(黃敏厚)는 황희정승의 8대손으로서 송응기의 매제인 황응우의 막내동생이다. 그의 아들 정연(丁淵, ?~1597)은 1574년 무과별시 병과에 급제했고 제주에서 왜구 2명을 사로잡아 정8품 승의부위가 되었으며 이후 부친이 부안 현감으로 있을 때 태안의 왜구를 무찌른 공로로 정6품 진용교위에, 1579년 종5품 산계인 충의교위가 되었다. 또 정략장군(定略將軍, 종4품무관의 품계)에 올라 충자위중부장에 제수되었고 전라병영 우후(虞候) 오위도총부, 영광군수를 역임했고 정유재란 때 흥덕전투에서 순절했다. 그의 손자 낙안 군수(樂安郡守) 정홍록(丁弘祿, 1572 ~1598)은 1591년 무과 병과에 급제해 3대 무과급제의 무용을 드높였으며, 3년 뒤 부친과 조부의 덕으로 종5품 현신교위에 올랐다. 1597년 정유재란 때 무안현감으로 근무할 때 명량해전에 참전하였고, 1598년 낙안군수를 역임하고 정유재란에 의병군으로 활약하다 전사했다.

정걸, 정연, 정홍록 3대가 국가로부터 받은 교지 등 가문의 유물 34점(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297호로 국립진주박물관에서 보존관리)

고흥 압해정씨(영광정씨) 불우헌공파 정걸 종가는 정걸(丁傑), 정연(丁淵), 정홍록(丁弘祿) 3대 이외에도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공신들이 많지만 부조묘도 하나 없고 제대로 된 규모를 갖춘 사당도 보이지 않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일반 주택같은 곳에 잡초가 무성한 안동사 밖에 없다. 정걸장군(丁傑將軍)의 아들과 손자, 사위가 모두 임란에 참여했지만, 임란 의병장 고경명(高敬命)과 고종후(高從厚), 고인후(高因厚) 등의 3부자 위패를 모시는 광주 포충사나 나주 김천일 장군의 사당인 정렬사, 화순 최경회 장군의 사당인 충의사(忠毅祠)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시설을 보고 후손들이 잘 되어야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것 같다.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길두리 안동마을에 있는 압해정씨(영광정씨) 불우헌공파 8위의 신위를 모신 안동사 승유재, 정걸장군 영정, 위패의 모습

임진왜란 때, 3대에 걸쳐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충절의 집안이지만, 정작 그의 업적과 희생에 비해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채 잊혀져 가고 있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후손(後孫)들이 잘 되어야 세상에 널리 알려지듯이 선조(先祖)의 업적을 이어갈 여력이 없었던 탓일까? 안동사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마치 역사 속 깊은 곳에 묻힌 보석처럼, 정걸 장군의 이야기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이제라도 정걸 장군과 그의 후손들이 조국을 위해 헌신한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그들의 업적을 재조명 되길 기원해 본다.

🔳 참고 문현

1. 지형원, [고흥 포두면 길두리 안동], 문학通, 2020.

2. 서정현, [고흥 압해정씨(押海丁氏) 불우헌공파 정걸 종가], 남도일보, 2022.

3. 정학수, [가문을 빛낸 인물 - 불우헌공파], 압해정씨 대종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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