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날. 오곡밥

윤 명철

오곡밥.

세상에 귀한 곡식들

끌어 모아

번들대는 무쇠 가마솥에

푹 쪄

보름달 덩이 처럼 동그란 밥사발에

수북 수북 담고.

나물.

세상 갖은 나물들

밭에 키우고, 산 들 쏘다니며 캐 온 나물들

삶고. 데치고. 무쳐.

동녘 해 같은 동그란 흰 접시에 담아.

둥그런 나무 밥상에

푸근하게 차리고

가운데

우물같은 된장찌개 놓는다.

식구들

둥글게 모여 앉아

맛나게

숟갈 젓갈 놀린다.

웃고 떠들며

밤 새 품었던 소원들 꺼내

둥근 밥상머리서

오색 동아리춤 춘다.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야.

대보름 이다.

아침 녘. 난

통유리 깐 사각 식탁에 앉아

아내눈 마주 보며

수수물 든 오곡밥 꼭꼭 씹는다.

잊혀져 가는 세상

떠올리며.

2025, 정월 대보름 아침

우리는 늘 둥글둥글했는데. 동학군도 사발통문을 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