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성보 용두 돈대 찾은 업(業)둥이

윤명철

흑조(黑潮).

새끼 깔 둥지 찾아

먼 바다 건너 와

짠물 민물들 뒤섞여

질주한다.

큰 몸뚱이 숨긴 채

자라처럼 쳐든 용 머리로

미친 듯 달겨들다

역린(逆鱗)

숨겨 둔 비늘 비늘에

찔린다.

살 점들 너덜 너덜

마디 마디 핏물 떨구면서

발버둥 친다.

떨며 잠복한 소년병들

뛰쳐 나와

그물코들 낚아 채

하늘로 휘몰아치다

패대기 친다.

허공에 매달린 흑풍(黑風)들

우수수 낙하해

부글부글

끊탕질하다

뽀글뽀글

거품으로 산화한다.

'勝(승)'.

'帥(수)' 자 깃발

청빛 하늘에 펄럭인다.

손돌목 찾은

산발한 머리칼

쥐어 뜯으며

150여 년 꾼 악몽

다시 또

꾼다.

역사의 업(業)둥이로.

신미양요 때 용두돈대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