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장 조규일)에서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첫 만남을 담은 ‘갈마정(渴馬井)’ 설화가 실체적인 형태로 발견되어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조현신 경남도의원 제공 우물사진

조현신 경남도의원(국민의힘·진주3)은 19일 진주 금산면 갈전리 월아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청곡사(靑谷寺)의 사역으로 진입하는 옛길에서 ‘갈마정’ 설화 속 장소로 추정되는 우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설화 속 갈마정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훗날 조선 최초의 국모(國母)가 되는 신덕왕후 강씨(神德王后 康氏, 1356.7.20.~1396.9.23.)를 처음 만난 곳으로, 그 유명한 ‘버들잎을 띄운 우물물’을 마신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설화가 설화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는 청곡사에 봉안되어 있다가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홍무30년 청곡사명 총등은입사 향완(香垸, 향을 피우기 위한 향로)’ 때문이다.
이 향완은 태조 이성계가 신덕왕후 사후 1년이 지난 1397년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제작해 청곡사에 봉안한 것으로, 향완에는 진주(당시 진양대도호부)가 신덕왕후의 ‘본향(本鄕)’이며 청곡사가 ‘원찰(願刹)’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원찰은 사찰의 창건주가 자신의 소원을 빌거나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한 건축물을 뜻한다. 신덕왕후의 어머니는 이미 고려시대부터 진주지역 대표 호족인 강씨 집안으로, 진주 거찰(巨刹)이었던 청곡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신덕왕후를 아내로 맞은 이성계는 태조 1년에 바로 ‘진주목’을 ‘진양대도호부’로 승격시켰다.
이번에 발견된 우물은 청곡사 사역에 들어가는 입구이자 문산으로 가는 옛길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물 주변에서 오랜 기간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던 고씨 일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선시대부터 마을의 우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고영규 갈전마을 이장은 “조상들이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정착했다고 알고 있고, 조선시대부터 이 우물을 사용했다는 선조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청곡사 주지스님인 성공스님은 “청곡사 향완으로 신덕왕후의 원찰이라는 건 많이 알려져있지만 신덕왕후가 버들잎을 띄운 물을 떠주며 이성계와 처음 만났다는 갈마정 신화 속 우물로 보이는 곳을 확인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진주 대거찰(大巨刹)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진주에서는 아주 오래된 설화였고, 지금까지 설화로만 이어져 왔으나 그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일한 형태인 우물을 발견했다”면서 “고증이나 안전 문제를 위해 우물 둘레를 파고 축조방식 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우물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조선 건국의 국부와 국모 간 스토리텔링으로 진주 뿐 아니라 경남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