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7일 자로 인쇄역사 연표를 추가 수정했다. 이번 수정에서는 신라시대의 세계 최고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시작으로 145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42행 성서』를 인쇄하기까지 우리나라의 인쇄역사가 수록되었다. 이제까지는 대부분의 인쇄역사 연표에서 2001년 9월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직지』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소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목판 인쇄술 및 금속활자 인쇄술에 관해서 자세하게 다뤄진 것이 없어 『직지』 전후의 인쇄역사에 관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는 약 10년 전부터 우리나라 인쇄 기술과 역사를 과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조사해왔다. 미국을 근거지로 활동하면서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에서 객원연구원으로, 국민대학교 산림과학연구소에서는 상임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미국인쇄역사협회의 인쇄 연표 수정으로 1377년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직지』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수 세기 동안 선조들의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전승의 산물임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인쇄술의 역사와 전통은 신라시대인 8세기부터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약 1300년간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 이번 인쇄 연표 수정에는 『직지』가 인쇄된 1377년부터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가 인쇄된 1455년 사이의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추가 되어 우리나라의 금속활자인쇄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1403년의 계미자, 1420년의 경자자, 1434년의 갑인자, 1446년의 최초의 한글 금속활자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배경과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의 구체적인 사례까지 소개하고 있다. 특히 갑인자는 1777년까지 여섯차례 다시 주조되었다는 사실까지 소개하여 금속활자인쇄가 실용적인 기술이었음을 밝혔다. 이 사이에 인쇄된 금속활자본은 모두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본인 『42행 성서』보다 빠른 시기에 인쇄된 것들이다. 1447년에 인쇄된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은 최초의 한글 금속활자를 사용하여 인쇄된 책으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8년이나 이른 시기에 인쇄된 것이다.

1239년에 인쇄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와 1360년대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비도량참법집해』는 『직지』보다 인쇄 시기가 더 빠르다. 741년부터 1446년까지의 이러한 인쇄 역사의 이정표가 되는 내용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었다. 이번에 수정된 인쇄 연표에는 우리나라의 인쇄역사가 무려 9건이 수록되었다. 필자는 2022년부터 미국인쇄역사협회와 꾸준하게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통을 계속하며 점진적으로 연표를 수정해 왔다. 이번 수정을 통해서 그동안 짓누르던 어깨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다.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서 우리나라에서 시대를 앞서 최첨단 인쇄 기술이 개발되고 실용성 있는 기술로 발전하면서 서양으로 전파되는 경로와 과정까지 밝혀내는 연구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