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해암리 소재 게바위 정비사업 일환 기념비 세우다

대설국욕(大雪國辱), 모야천지(母也天只) 기념비 2기

노승석 전문위원 승인 2024.05.30 08:59 의견 0
난중일기에서 집자한 大雪國辱 비석, 노승석 고증집자

최근 아산시청 주관으로 수행된 충남 아산시 인주면 해암리 197-2번지에 소재하는 게바위(蟹巖, 향토문화유산 제12호)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대설국욕(大雪國辱)과 모야천지(母也天只) 기념비 2기가 세워졌다. 이 기념비에 들어간 글자는 노승석 동국대 여해연구소 학술위원장이 이순신의 난중일기에서 집자하여 고증하였다.

게바위는 게모양을 한 바위라는 뜻으로 ‘해암(蟹巖)’으로도 불리는데, 임진왜란 때 1597년 4월 이순신장군이 백의종군하는 중에 여수에서 올라오던 어머니 초계 변씨의 시신을 맞이한 곳이다. 현존하는 해암리는 게바위가 있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대설국욕(大雪國辱)은 이순신의 어머니가 임진왜란 중 1594년 1월 12일 아들에게 당부한 말씀 중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는 뜻의 글귀인데, 이는 이순신의 충효정신을 이해하는 데 근간이 되는 내용이다.

“12일(신묘) 맑음. 아침식사 후에 어머니께 하직을 고하니, “잘 가거라. 부디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고 분부하여 두세 번 타이르시고, 조금도 헤어지는 심정으로 탄식하지 않으셨다.-난중일기 갑오년 1월 12일

또한 모야천지(母也天只)는 “어머니는 하늘이다”라는 뜻이다. 이순신은 전란 중에 어머니에 대한 내용을 『난중일기』에 적을 때 어미모(母)자를 쓰지 않고 어머니에 대한 이칭인 천지(天只)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였다, 이 말은 시경(詩經) 백주(柏舟)편의 “둥둥 떠 있는 잣나무 배여. 저 황하 가운데 있도다. … 어머니는 진실로 하늘이시니 어찌하여 내 마음을 모르시는가 汎彼柏舟 在彼中河 … 母也天只 不諒人只”라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이순신은 자신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하늘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기에 천지(天只)로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게바위는 게를 형상한 자연석 1군으로서 임진왜란 때부터 이곳 해암리에 있어 왔다. 삽교호에서 곡교천으로 들어오면 천변에서 약 300m 지점의 내륙에 게바위가 있으며, 앞의 천변은 이순신의 가족들이 배를 탔던 선착장이 있는 해포(蟹浦)가 있다.

이순신은 정유재란 당시 일본장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부하 요시라(要時羅)의 간계로 인해 1597년 3월 4일에 투옥되었다가 27일만에 나왔는데, 석방된 4월 1일부터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는 날까지 120일 동안 백의종군의 여정에 올랐다. 합천의 권율을 만나기까지 백의종군하러 간 기간은 66일이고 6월 8일부터 복직된 8월 3일까지 백의종군한 기간은 54일이다.

이 기간 중 이순신을 만나려고 여수에서 올라오시던 어머니 초계변씨가 4월 11일 태안 안흥량(지금의 안흥항)에서 정박 중 사망했다.(향년 83세) 이순신은 이 사실을 모르고 13일에 아산 해암(蟹巖) 바닷길로 마중하러 나갔다가 어머니의 시신을 맞이하였다.

얼마 후 남자종 순화(順花)가 배에서 와서 어머니의 부고(訃告)를 고했다. 달려 나가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해 보였다. 바로 해암(蟹巖)으로 달려가니 배는 벌써 와 있었다. 길에서 바라보면서 가슴 찢어지는 비통함을 모두 적을 수가 없었다. -정유년 4월 13일 난중일기-

그후 15일 이순신은 어머니의 시신을 입관하고, 16일 어머니의 관을 배에 실어 중방포구에 도착한 후 상여에 옮겨 싣고 고택으로 모셔와 빈소를 차렸다. 19일에 말을 타고 남행일 길에 올랐는데, 금곡(현 감타기마을)의 선전관 강희증(姜希曾)의 집앞에서 강정(姜晶, 강희증의 조카), 강영수(姜永壽)의 조문을 받고 말에서 내려 곡을 한 다 천안 보산원으로 떠났다.

이순신이 아산에 머문 15일 동안은 죄인의 신분으로 모친상까지 당하여 가장 절망적이고 참담한 기간이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 이순신이 보여준 인고(忍苦)의 정신은 7년 동안 활약한 내용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다.

향토문화전자대전에 의하면, 해암리는 본래 천안군 돈의면의 지역이었는데 1895년(고종 32)에 아산군에 편입되고,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신성리와 대사동을 병합하여 해암리라 하고 아산군 인주면에 편입되었다. 신성리는 해암2리를 이루는 마을로 새로 형성되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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