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에서 죽은 소년병의 '하늘'

윤 명철

하늘,

점심 먹고

눈 밭둑 겅중겅중 뛰며 올려 본

하늘.

눈 그늘 드리워도 파랗고.

눈치 안보는

기러기들 나르는

훨훨.

자유 그득 찬

하늘.

저녁 먹고 글 쓰다

보게 된 하늘.

화약내 깔린 숲 속

목올가미 흔들거리는

앙상한 나무에

하얗게 써 넣은

'하늘'

살인하라고

다짜고짜

수 만 리 끌려와

죽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살려고 살인하다가

부들부들 떨며 바라 본

하늘.

살면

엄마 아버지 죽일까봐

수류탄핀 뽑으며

갓 스물 눈망울로 바라 본

하늘.

죽으면 꼭 찾겠다는 다짐으로

흘겨 쓴

'하늘'.

지금 할 수 있는건

터진 살점들, 핏물들 틔긴

시신, 그 하늘 떠올리며.

마른 나무가 된

'하늘'

가슴 속 새기고 새기고

눈물 흘리고, 다짐하는 것 뿐.

아.

하늘로 된 소년병은

어쩜

어머니 하늘 위

날고 있을지도...

펑 펑 펑 펑

눈물 쏟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