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만 한국문화유산교육센터장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 곁에 있는 국가유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가유산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다. 이를 단순히 보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국가유산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가 쓰는 한글, 명절마다 먹는 전통 음식, 거리에서 마주치는 한옥과 사찰은 모두 국가유산이다. 하지만 이런 유산들이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국가유산은 그 자체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증명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창조적 발전의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평가받으며,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국가유산이다. 전통 건축물인 한옥은 친환경적이며 현대적 감각과도 잘 어울린다. 이런 요소들은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국가유산을 단순한 과거의 흔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유산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보존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물론 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보호만 한다면, 국가유산은 결국 박물관 속 전시품이 되어버릴 뿐이다. 이제는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최근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한류 콘텐츠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국가유산과 전통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라마 대장금과 킹덤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한복과 전통음악은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세계적인 패션과 음악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가유산을 활용한 관광산업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복궁 야간 개방, 전주 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은 전통적인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또한, 전통 공예품과 음식도 현대적 감각을 더하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단순히 문화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세계의 문화강국들은 자신들의 유산을 브랜드화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이탈리아의 로마 유적, 일본의 전통 기모노처럼, 국가유산은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알리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도 국가유산을 단순한 유물로 두지 말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 전통 건축물을 현대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전통음식을 글로벌 미식 문화와 융합하며, 전통 공예를 현대 디자인과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국가유산기본법에서도 국가유산의 보존과 활용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보호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유산을 접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국가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이며, 미래를 향한 창조적 자산이다. 보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가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때, 우리는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보존을 넘어, 국가유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국가유산을 지키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