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대종사·명사 품서식

승랍 40년 이상, 수행자의 최고 품계

범상스님 시민기자 승인 2023.04.28 10:09 의견 0

대한불교조계종은 4월 27일 영축총림 통도사 설법전에서 종사·명사 품서식을 가졌다. 조계종의 남자승려는 사미, 비구, 여자승려 사미니, 식차마나, 비구니의 단계를 거친다.

영축총림 통도사 금강계단

불교는 세계화된 고등종교 중에서 남녀가 수행자로서 동등한 사제의 지위를 가지는 유일한 종교이다. 비구·비구니라는 승려가 되는 과정에서 비구니의 계(戒)의 숫자가 많고 복잡하며, 2년간 식차마나라는 기간을 두는 것은 여성이라는 신체적 특성을 배려한 것이다.

비구, 비구니 이후 수행단계에 따른 법계(法階) 또는 승계(僧階)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승랍 10년 미만의 승려로서 4급 승가고시에 합격하면 견덕/계덕(비구/비구니, 이하 동일), 승랍 10년 이상인 견덕으로 3급 승가고시에 합격하면 중덕/정덕, 승랍 20년 이상인 중덕으로 2급 승가고시에 합격하면 대덕/혜덕, 승랍 25년 이상인 대덕으로 1급 승가고시에 합격하면 종덕/현덕, 승랍 30년 이상의 종덕 법계 수지자는 종사/명덕, 승랍 40년 이상의 종사 법계 수지자는 대종사/명사가 된다.

대종사 진관스님과 축하 해주시는 종회의원 오심스님

이번 품서식은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스님 등 46명의 대종사(비구), 운문사 주지 진성 스님 등 33명 명사(비구니) 범계를 품수했다.

종정 성파대종사께서는

애처비장벽(礙處非牆壁) 막힌 곳이라고 해서 장벽이 아니고

통처물허공(通處勿虛空) 트인 곳이라고 해서 허공이 아니다

약인여시해(若人如是解) 누구나 이러한 도리를 알게 되면

심색본래동(心色本來同) 마음과 물질이 곧 본래 같으리.

라는 게송을 시작으로 대종사·명사들의 수행정진과 교화덕행을 찬탄하고, 청정승가와 세상의 등불이 되어주기를 당부하셨다.

품서식 후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참배를 끝으로 행사를 마쳤다.

적멸보궁을 참배하시는 대종사님들

진관스님께서는 조선의 경국대전에서 승려들의 인사권을 명시하고 있고, 일제는 사찰령으로 인사권과 재산권을 행사했으며, 사찰령에 바탕을 둔 대한민국의 법은 여전히 불교를 억압하는 독소조항들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 의해 기독교국가로 건국된 대한민국에서 승려와 불교에 대한 교육이 절대적으로 미비했고, 현재까지 사회전반은 여전히 불교에 대한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 500년, 일제36년, 대한민국을 거치는 600년 이상 탄압과 멸시 속에서도 한국불교를 지켜온 80여명의 대종사·명사들의 수행은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것은 서구의 배타적 일방주의 산물인 인간성을 파괴하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는 ‘나는 너와 다르지 않고, 그렇다고 같지도 않다’는 즉, 팔, 다리, 눈, 코... 역할과 이름이 다른 각각의 기관들이 나를 이루듯, 우주는 나와 너가 함께 이루고 있다는 不二의 세계관이 아니면 인류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관 대종사

이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복지시설 건립을 주도했던 진관스님의 대종사 품서를 축하하기 위해 이용수 할머니 등이 참석하셨고, 통도사 원로스님들의 수행처인 시탑전에서 법산 법계위원장 스님과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도관 스님, 진철문 교수, 뮤자컬 싯다르타 제작자인 김면수 프로듀서 등 불교문화·사회운동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시탑전에서 진관 대종사, 도관스님, 이용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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