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죽음과 사십구재』

김용목 시민기자 승인 2024.04.28 14:33 의견 0


이 책의 특성은 민속학적 연구방법론인 현장론적 연구를 적용하여, 필자가 직접 발로 뛰며 49재 사례의 의례현장을 참관한 내용을 기반으로 서술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록으로 제시한 서울ㆍ경기지역 사찰에서 행한 12개 사례의 의례현장(49재 사례)을 참관한 내용, 스님들ㆍ유족들과 면담한 내용을 기록한 민속지(民俗誌)는 실증적 의례연구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실제 49재가 진행되는 과정, 다양한 의례요소를 담은 본문의 원색사진들 역시 소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불교 천도재인 49재는 종교와 무관하게 현대인의 탈상의례로 적극 수용되고 있다. 49재는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죽음을 둘러싸고 본연적으로 존재하는 관념적 측면들, 곧 망혼을 위무하고 보다 좋은 내세로 보내고자 하는 의례욕구를 적절히 충족시켜주고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백일 탈상은 부담스럽고 삼우제 탈상은 아쉬운 이들에게 49일은 기간의 측면에서 적합성을 지니며, 사찰에 의뢰하여 의례를 치를 수 있다는 간편성 역시 현대인이 49재를 선택하는 주요요인이 되고 있다. 아울러 49재의 역사성을 종교성에 우선하여 수용함으로써 반드시 사찰에서 치르지 않더라도 49일을 전통 탈상기간의 하나로 수용하는 가정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49재에 대한 연구는 의례의 역사성과 보편성에 비해 매우 소략하게 이루어졌으며, 그 가운데서도 불교교리를 중심으로 한 의례의 규범적ㆍ관념적 측면에 치중해왔다. 이는 종교적 틀 속에서 49재를 다룸으로써 49재가 종교의례인 동시에 민간의 상례라는 점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탓이다. 또한 49재가 기성종교의 의례영역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인해 민속학의 연구영역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의 49재는 민간의 논리 속에서 수용되며, 의례에 내재된 불교 이념과 사상까지도 이러한 맥락에 의해 해석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49재를 지내는 주체들에 주목했을 때 정태적 특징을 갖는 의례 구조와 의미까지도 미시적으로는 의례현장 속에서, 거시적으로는 민간의 현실 속에서 다양하게 기능하고 있음을 생생히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은 49재를 종교의례로 다루어온 기존의 연구경향에서 벗어나 민간의 상례라는 관점에서 다룸으로써 49재가 실행되는 현실적ㆍ관념적 기반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현장연구를 통하여 49재가 민간에 수용되는 방식과 의례체계를 분석하고, 의례에 투영된 죽음 인식에 대해 심도있는 접근을 시도하였다. 곧 현장의 맥락에 근거한 분석틀을 구축하여 이론적 논의와 실증적 분석을 병행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에 입각하여 49재를 조명하고, 아울러 의례연구의 이론적 성과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구미래 지음, 크라운변형판, 양장, 856쪽

ICPSCⓒ?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