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산, 일본 산의 인문학』

일본에서 산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일본인과 일본 문화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김용목 시민기자 승인 2024.04.28 14:34 의견 0


“산으로 돌아가리!” -구카이(空海, 774~835)-

일본에는 태곳적부터 산과 인간이 서로 몸을 부비며 섞이듯 깊이 관계 맺으며 살아왔다.

산은 살아있다.

일본열도의 지리적 위치가 일본문화 형성의 외적 요인이라면 내적 요인은 무엇일까? 일본 열도의 북에서 남까지 사람의 등뼈처럼 내달리고 있는 산들이다. 바다가 밖으로부터 문명을 받아들이는 훌륭한 회랑 역할을 해 왔다면,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혼을 내면으로부터 부글부글 끓여 올려 발효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던 것은 녹음이 우거진 산이었다. 일본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해양국가 이전에 산악국가의 성격이 훨씬 더 강했다.

일본인에게는 자식이 어머니를 찾듯 산을 그리워하는 심정이 있다. 인간의 어머니이기도 한 산은 우리들 혼의 어머니다.

일본인이 산에 품고 있는 친근감에는 역사적인 축적이 있다. 단지 생활 습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본인의 몸속 깊숙이 박혀있는 ‘근원적 기억’과 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일본인의 ‘심리적 DNA’에는 ‘산’의 정보가 상당부분 각인돼 있을 것이다. 산이 일본인의 심층심리에 새겨진 원형(archetype)이 된 이상 사고의 기반에는 늘 산이 있다.

우리는 산에 대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만일 현대인이 산에 공헌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무지의 소치로 산을 파괴해왔던 폭력적인 행위를 반성하고, 산과의 유기적 상호협력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마치다 소호(町田宗鳳) 지음, 최원석ㆍ이연정ㆍ최제윤 옮김, 변형신국판, 반양장,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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