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시베리아의 야밤은 까맣지 않다.

북시베리아 문화탐사 시

윤명철 논설위원 승인 2024.04.29 11:37 의견 0

북시베리아의 야밤은 까맣지 않다.

윤명철

그들ㆍ

자작들 사는

타이가는

떨어지는 해가

서둘러

지른 불길에

한 낮 내 달구어진 이파리들

불그림자로 타들어가고.

대 초원 서걱 서걱 가르고

안장 없이

질풍처럼 쳐들어오는

야밤

막아서지먄

단 하루

이긴 적 없이

늘 항복만 하고

밤새껏 시달리다

생채기로 시들 대길

수 만 년.

그 어느 날.

한 그루

어린 자작.

숲 속

여길 저길

헤집고 다니다가

반 넘어 뭉그러진

동굴로 떨어져

신음하는데.

부러진 정갱이 뻐 틈에서

똑 똑

하양 진물 떨어져

층층

석순처럼 굳어가며

캄캄한 어둠

허옇게 녹인다.

누군가

내려준 동아줄 타고

탈굴한

새끼 자작

어미 자작 품에 안겨

하얗게 굳은 정강이

보이며

말했다.

희끄무레한 어둠을

녹이더라고.

그 날 이후.

숲 속 자작들은

노을 녘 되면

해가 쏜 불화살

자청해

꽂혀가며

하양 피 흘렸다.

숲 에는

밤만 되면

새하양 불꽃들 타올랐다.

그렇게

수 만 년

흘러 흘러.

흰 그림자 드리우며

한 밤 중 보내며

시베리아 타이가엔

밤 되면

흰피 뒤집어 쓴

자작들.

여기저기서

어둠에

흰 반점들 만든다.

불놀이야.

북시베리아 밤은

늘 흰 연기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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