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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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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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천재의 비목(碑木) 홀로그램.
윤명철
작년까진
4호선, 당고개행 타면
어느 역에서 내리곤 했었다.
한
불우한,
자유로운,
오만한,
통찰력 뛰어난,
술과 지식을
탐식한, 폭식하는
천재가
어정쩡한 표정으로
전철역 계단 밑 서성대며
기다렸었다.
소주물이 입술에 닿으면
역사의 인물들이,
대중들의 혓바닥 위서
깨다리춤 추는 인물들이
바보의 가면 덧 씌어진 채
일그러진 초상으로
재 탄생 했다.
치기.
무시.
오만.
편견들로
그득 차있는,
천재의 허물
老醜의 메두사처럼
잔흔으로 남긴 젊은 날
만나.
삼 십 년 가까히
茫茫大海
漠漠大砂
綠綠大原
蒼蒼無網 아닌,
희지도 검지도 않은
또 다른 세상들
주고 받고
확인하며.
외로움 삭여가며
나이 따라 세월
그런대로 지내 왔는데.
그렇게 되리라.
슬플거야.
요절할거야.
섣부른 예상과 달리
凡人으로
그럭저럭 성장했는데.
그 는
천재로만 남은 그는
이름없는 비목으로
인사동 술집들 방황하다
날 만나면
자길 주느라
자기도 없는걸 주느라
쉼없이 말하곤 했는데.
어느 날 .
아주 춥지는 않은 날.
우글대는 가짜들 피해
4호선 타고 가 만나던
길 거리에서
세상과 인사없이
내게 조차 말 못한 채
귀환했다.
술기운과 찬바람부는
길 바닥을 박차오르며.
이렇게
한
무명의 천재가
사라졌다.
별안간 말이다.
곧 떠 날
천재들 몇은 남고.
또 다른 천재들 모퉁이에 숨은 채로
서식하겠지만.
한 천재가 사라진
지금
혹간은 당혹감 느끼며
길디 긴 노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가는
난.
뭔가
한 점, 한 선이라도
새길 마음 다잡는다.
비목(碑木)
홀로그램에라도.
천재란 얼마나 귀한 건가.
목화씨알 넣어온
문익점의 붓뚜껑처럼.
아.
아득한 사막 둔덕에
발자국들
또 찍혀지는게 보이누나.
묻혀지는것 까지도.
나의 천재,
신선생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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