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맞는 탄발리 암각화 속 하늘 사슴들

윤명철 논설위원 승인 2024.04.29 11:36 의견 0

봄비 맞는 탄발리(TANBALY) 암각화속 하늘사슴들

윤명철

마른 자갈돌들 듬성듬성 박힌,

끝없이 너른

메마른 초원

한복판.

뜬금없이 삐죽 솟구친 돌산들

끌고 당기면서 얼싸안은

숨겨진 골짜기.

수 억 년 동안

빛벼락들 쳐가며

떼 낸

노랑 모래알들 뒤섞인 회오리들

사각 사각 깍아 낸

갈판 같은 바위들

군데 군데 서있고.

노을처럼

볼그족족한

매끄런 바위 쪽 쪽마다

대 이어가며

바람처럼

짧게 스쳐간 목동들이

수 천 년 새겨 온

그림들 살고 있다.

풀무 끝에 피는 불꽃처럼

천산 새하양 자작나무처럼

어여쁘고 어여쁜 뿔 자란

하늘 사슴들.

고운 여인들로 환생해

목동들의 아낙 된

애목동들의 엄마 된

하늘 사슴들.

결국

빛 타고 날라 가고.

남겨진 새끼들

울다 울다

그리움들 굵게 굵게 새겨

수 천 년 세월

바위 속에 키워왔다.

엄마 닮은 사슴들을.

어쩌다 한 번.

빗물들

어제 밤 내

투르크의 화살처럼 빗발쳐

메마른 뿔들에

방울방울 매달리더니.

새아침

새하양 빛 떠오르면서

소리들로 돋아나.

먼 옛날

품에 꼭 안고

소근 소근 부르던

자장가 들려준다.

어쩌다 한번씩.

날 선 빗발들 훑고 떠나면

어미 사슴들

목메인 울음소리

초록색 메아리로 퍼진다.

메마른 광야로.

03,09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자흐스탄의 탄발리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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