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유민들 동해를건너 일본열도로 떠나다.

윤명철 논설위원 승인 2024.04.25 19:08 의견 0

고구려 유민들 동해건너 일본열도로 떠나다.

윤명철

671년.

국내성

무너질 때

불에 그을려 떨군

광개토태왕비 한 조각

억장

품 안에 끌어 안곤

등짐 지고

새끼들 손잡고

먼 길

걸어 걸어.

먼 발치로

새하양 산

유화 신당 보며

핏물 밴

두 손바닥 모아

빌고

빌고

헤지도록 빌고.

먼 훗날

새끼들 또 한번

망국의 유민으로

헤맬 걸 모른 채로.

그저 걷고

피멍들게

그저

걸어.

목놓아 우는

고구려 소리들 모여

물가 뒷 동산에

몇 가락 우등불로 피어나

선홍색 연기들로

뭉게 구름 짓는다.

초겨울.

퍼렇게 얼려진 물결들

넋 놓고

바라만 보다

다신 못밟을 흙

한 웅큼 파내

동상 든 입술에

운명 채 비벼 대곤.

빙빙

망 망 대해

빙빙

떠 돌다

어쩜

물결될 지 모를 몸땡이

쪽 배에 밀어넣고

머언

머언

뱃 길

무리지어 떠난다.

나라 잃은 죄 값 치루며ᆢ

2024.4. 땅 한가운데서 동해에 빠진 고구려 유민들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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