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칼럼] 면천 두견주

참된 한국 술, 다섯번째

by 이반야 전문기자 승인 2024.11.19 18:52 의견 0

꽃술이다.
올 때는 돌욋고지 냇내로 수줍게 다가오지만 , 입안에서는 환하게 흩뿌리며 따스한 봄빛으로 감돈다.

찹쌀다운 감미로움이 달착하나 꽃이 주는 뒷맛은 쌉쌀하다. 꽃샘추위 -봄바람 속에도 가시가 있을 때가 있듯이.
혀끝으로 돌려 ,달고 쓴맛을 오래오래 느껴보면, 작은 파도로 흐르고 잠기는 그 과정에서 약주가 주는 향기가 맛나게 풍겨나온다.

투명 호리병이 무척 예쁘며 그립감 좋은 목부분이 귀부인의 여우털목도리인양 봉긋해있다.
아버지의 개안을 위한 전설이 있는 약주다.
우리나라 시에 매화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꽃은 진달래다.

살가운 눈미소처럼 삶의 얼굴에 자리하고 봄날 삼천리 강산을 다 덮을 정도로 화려하지만 제일 가까이에서 가장 배곯을 때 맛볼 수 있던.... 아픔을 함께하며, 그래서 인간삶의 우여곡절을 다 보여주었던 꽃.

참아야한다 ‘ 따뜻한 햇살에도 이렇게 쓸쓸하고 시려울 때에도. ’ 그러면 빛이 날 수 있다.

이러한 황금빛으로 그토록 친밀했어도 어떠한 이유든 좁은 골목을 지나칠 때조차 서로다른 눈시선을 두며 헤어져야하는 사람과 달리 이술은 만나고 싶을 때, 잠시 쉬고 싶을 때, 언제든 마주할 수 있을 만큼 양도 많다.

마시는 동안 넉넉한 웃음과 한가득으로 감길 수 있다.
700미리. 2만 5천원. 18도 . 두견주사이트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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