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2년 조선이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까지 그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원본 구현 및 족자 형태로 시판 시작

세계 최초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까지 그린 세계지도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 ㈜성균관(대표 이경우) 첨단기술로 완벽 구현

문귀호 선임기자 승인 2024.03.27 21:16 의견 0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1402년, 당시 조선은 이미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까지 세계를 다 파악하고 있었다.아프리카 희망봉은 물론 중동, 유럽 전체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 이하 ‘강리도(疆理圖)’)는 조선 태종(太宗) 2년(1402년)에 제작된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까지 그린 세계지도다. 지도 제목은 역대 왕조들의 영토와 수도를 하나로 엮어 그린 지도라는 뜻이다.

태종 2년(1402년) 5월에 문신 이회가 자신이 직접 그린 《조선팔도도(朝鮮八道圖)》를 태종에게 바쳤고, 이로부터 석 달 뒤 의정부 좌정승 김사형과 우정승 이무, 검상(檢詳) 이회 등이 주도해 제작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완성되었다. 1402년에 제작된 원본은 현전하지 않으며, 일본에 필사본 5점이 보관되어 있다.

이 지도는 20세기 초 일본 교토에서 재발견된 이래로 줄곧 세계 학계의 찬탄과 탐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언어와 국가를 달리하는 집단 지성의 강리도 탐구가 지구촌에서 오래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도의 모국 대한민국은 외딴섬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그 정적을 깨고, 실물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한국학 콘텐츠 스타트업인 ㈜성균관의 이경우 대표가 그 일을 해낸 것이다. 그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 대한 논문과 도서가 출간된 일이 있었지만 실물 지도가 없어 많은 학자와 학생들이 연구함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실물 지도의 출시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연구 갈증을 해소할 마중물 역할이 기대된다.

태종은 집권하자마자 신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군왕의 상왕은 천명으로 왕조 개창의 정당성을 위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작했다. 찬위의 잡음을 제거하고 등극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하늘을, 그리고 아들이 땅을 그렸다. 그런데 왜 하늘과 땅을 그렸을까?

조선왕조는 왕권 강화와 국가 통치의 필요성으로 인해 수많은 천문도와 지도가 제작됐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대왕께서 천명으로 왕조를 세웠음을 드러내기 위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들었듯이 태종대왕도 찬위를 정당화하고 왕조의 권위를 드러내려는 의도로 제작하였을 것이다.

현재 강리도는 일본에 5점, 국내에 2점이 소장되어 있다. 일본에는 류코쿠대학(龍谷大学: 1480년대 제작 추정), 교토대학(京都大学: 류코쿠대학 소장본의 필사본), 텐리대학(天理大学: 대명국도, 강리도와 같은 계열), 혼코지(本光寺: 에도시대 제작된 필사본), 혼묘지(本妙寺: 대명국지도, 강리도와 같은 계열)에 소장되어 있고, 국내에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1점, 국립중앙박물관에 1점이 소장되어 있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은 고 이찬 교수가 화가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모사본이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였던 그는 1968년 일본 교토의 류코쿠대학 도서관에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필사본을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도라는 것을 알았다. 이 교수는 이와 똑같은 형태의 필사본을 제작하려고 했지만, 당시 류코쿠대학 측에서는 이 지도의 사진 촬영조차도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이 교수는 인맥을 총동원한 끝에 간신히 류코쿠대학이 보관하고 있던 거의 완전한 실물 사진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고, 이 사진을 초상화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초상화를 그리듯 지도를 모사하게 했다.

그렇게 형체가 완성된 지도 위 빽빽하게 적힌 글씨들은 서예가의 도움을 받아 지명 하나하나를 옥편에서 찾아가며 확인 가능한 글씨들을 지도 위로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15년 만인 1983년에 모사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완성될 수 있었다. 현존하는 강리도는 모두 필사본이다. 1402년에 제작된 원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던 2024년 1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우리 앞에 새롭게 등장했다. ㈜성균관이 그 작업을 했다. 이경우 대표는 한국학의 글로벌화를 추진 중인 스타트업 기업으로 “이 지도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을 국내외에 전파하기 위해 족자 및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 발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주)성균관은 '한국학 콘텐츠'분야의 전문스타트업으로써 한국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확산하고자 창업한 기업이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한국의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원본과 같이 구현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리고 본 강리도는 화질 및 인쇄의 선명함과 보존성을 위해 단순한 인쇄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최신 인쇄기법과 최고급 인쇄소재로 제작하여 4종류 크기와 형태로 하여 올해 1월부터 출고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대표는 곧 한국의 전통한지에 인쇄하는 방법도 연구개발하여, 한지의 우수성도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역설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물을 제일 먼저 확인한 박동석 국제문화재전략센터 이사장은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모든 국가에 이 지도를 선물하면서 양국 간에 역사적 및 지리적, 학문적 관계가 이미 존재했었다는 것을 설파하길 바라며, 이를 위해 박이사장이 작년부터 진행 중인 주한 외교관 특빙외교행사에 참가하는 한국주재 외국공관의 대사들을 상대로 지도 하단에 후원기업의 로고를 인쇄하여 증정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국제문화재전략센터에 있는 강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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