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사진엽서 아카이브

-『그림엽서로 보는 근대조선』(1~7, 한국근대시각문화 아카이브 6)-
-『사진엽서로 보는 근대풍경』(1~8, 한국근대시각문화 아카이브 4)-

김용목 시민기자 승인 2024.03.30 15:16 의견 0

근대(한국) 사진(그림)엽서는 190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에서 발행됐거나 한국의 모습을 담아 해외에서 발간된 엽서라고 규정할 수 있다.

사진엽서는 19세기 후반 서구에서 사진술과 인쇄기술이 등장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제국주의가 세계를 움직이는 시대적 조류로 등장하면서 식민지에 대한 문화적 호기심과 식민지의 경관을 담은 사진엽서의 생산량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후 여행이 대중들에게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잡아가면서 여행지에서 사진엽서를 기념품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일반화되기 시작했으며, 사진엽서를 모으는 취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00년 대한제국 농상공부 인쇄국은 1전짜리 엽서를 발행했다.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처음 엽서가 발간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어 교사로 대한제국에 와 있던 알레베크가 촬영한 40여 장의 궁궐과 풍속 사진을 프랑스에 의뢰해 사진엽서를 제작․판매하였다. 이 무렵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진엽서가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였고, 일본의 사진관이 조선에 대거 진출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한국에서의 사진엽서 유행은 일본을 거쳐 조금 늦게 유행되었다. 일본인의 조선진출과 함께 일본인의 사진관과 기념품 가게에서 조선인의 이미지가 대량생산되어, 사진첩과 엽서 등으로 소비되었던 것이다. 특히, 조선의 사진엽서는󰡐조선풍속󰡑이라는 이름으로 8장󈸚장씩 세트로 만들어져 식민지 시기 동안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었다. 이‘조선풍속’시리즈에는 조선인을 남성․여성․어린이 등으로 분류하거나 각종 생업과 의례․민속관련 이미지 등 당대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이미지가 총망라되어 있었는데 대표적인 분류 기준 중의 하나가 계층별 구분이다. 하층민의 경우는 대개 생업과 관련된 이미지로 농사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을 비롯해 여성의 경우 가사노동이 주된 이미지로 재현된다. 반면, 상류층의 경우는 관복을 입고 찍은 인물사진이나 쓰개치마(장옷)를 쓰고 외출하는 모습 등 복장과 두발 등이 주요한 포인트로 나타난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는 초기‘조선풍속’엽서의 시장이 축소되면서 전반적으로 사진엽서 산업이 퇴조하게 된다. 관광산업의 성장은 도시와 주요 관광지를 대상으로 하는 기념엽서를 오히려 증가시키게 된다. 식민지 초기 조선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시기에는 풍속엽서가 대량으로 생산된 반면 1930년대 이후부터는 조선인에 대한 호기심적 시선보다는 관광지로서의 이미지가 주요한 상품으로 부각된다. 식민통치 초기 조선에 대한 이질적인 시선은 1930년대 이후부터는 후진적인 조선에 대한 표상보다는 대륙으로의 여행을 위해 거쳐 가야하는 식민지 도시로서의 이미지로 재현된다.

대한제국 시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조선에서 발행된 사진엽서는 국내외의 박물관과 개인이 소장한 사진엽서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최소 2만종에서 최대 5만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일제강점기에 나온 사진첩과 간행물 등에 중복되어 수록돼 있긴 하지만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다.

사진엽서는 사진(그림)의 성격에 따라 크게 치정治定과 관제官制엽서․풍속엽서․관광엽서․홍보엽서 등으로 나눌 수 있고, 내용적으로 풍속․관광․도시․건축․인물․통계 등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근대 사진엽서의 가치

사진엽서를 처음 생산한 주체가 서구의 제국주의 국가였고, 한국의 풍속과 인물은 그 대상물이었다는 점에서 근대 사진엽서에 투영된 한국의 이미지는 분명 제국주의와 식민통치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일제는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근대 한국의 표상을 만들어 냈고, 선택적으로 찾아낸 이미지를 조선 전체의 것인 양 일반화했다.

그러나 일제가 사진엽서를 통해 근대 한국의 이미지와 전통문화를 어떻게 왜곡했는지를 밝히는 작업과 동시에 엽서에 실린 사진을 통해 한국의 풍속․건축․생활문화․복식 등을 원형 그대로 재현해 내려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

누가 재현하느냐에 따라 사진엽서는 일제가 왜곡한 한국의 근대 원형을 복원할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진엽서가 근대 문화의 원형과 변용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대단히 높이 평가된다.

사진엽서는 한 분야에서만 필요한 자료가 아니다. 엽서에 실린 사진들은 사라진 전통과 풍속, 변천하는 풍속에서부터 시작하여 복식․민족․건축․도시․역사유물․명승지 등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한제국 시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한국 주민들의 삶과 표정이 살아 있다. 그것이 비록 사진관에서 연출된 장면이든 일상의 자연스런 모습이든 그 자체로 연구의 대상이다.

이처럼 역사기록물로서 사진엽서 아카이브의 가치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사진엽서의 수집과 DB화가 시급한 이유다.

『그림엽서로 보는 근대조선』(1~7, 한국근대시각문화 아카이브 6)
우라카와 가즈야(浦川和也) 엮음, 최길성 기획·감수, 크라운변형판, 양장

『사진엽서로 보는 근대풍경』(1~8, 한국근대시각문화 아카이브 4)
부산박물관 엮음, 유승훈 해제, 크라운변형판,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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