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마을은 특정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 온 마을공동체를 의미한다. 이런 마을들은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도 독특한 경관과 문화를 간직해 오고 있어 그 자체가 마을 박물관으로 소중한 곳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통마을에 대해 물으면 안동 하회마을,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 경주 양동마을, 아산 외암리 마을과 제주 성읍 민속마을 정도를 떠올릴 것 같다. 그 중 대구 군위에도 전통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 부계면에 대율리 한밤마을이 있다. 마치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 집마다 야트막한 돌담들이 머리를 맡대고 정겨운 모습으로 이어져 있다. 영남의 명산인 팔공산 북쪽 사면의 산자락에 둘러싸인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고즈넉하고 주변에 눈에 거슬리는 아파트나 빌딩이 없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자랑한다.
이 돌담마을의 원래 이름은 대율리였는데 지금은 우리말인 ‘한밤마을’로 불린다. 이 마을의 돌담은 6km나 이어져 있어 처음 봤을 때는 제주 ‘올레’를 연상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내륙의 제주도’란 별명도 있다.
원래 이 곳은 고려 중기 재상을 지낸 부림 홍씨 입항조인 홍란이라는 선비가 이주해 오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집터와 농토를 닦을 때 땅 밑에서 파낸 많은 돌을 처리하기 위해 그 돌로 땅의 경계를 삼은 것이 돌담의 시초가 되었다. 수 백 년 된 전통가옥이 곳곳에 자리 잡고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청과 종택, 마을 회관도 있다. 몇몇 한옥은 한옥 펜션으로 운영되고 있다.
근처에 석불입상과 삼존석굴 등 문화재가 있어 유서 깊은 민속 마을이 되었다. 최근에는 삼국유사를 테마로 한 관광지로 군위가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이 날로 늘어나는 명소이다.
한밤마을은 역사와 문화의 보고이고, 독특한 자연풍경과 문화경관과 함께 문화의 다양성을 간직하고 있다. 수려한 자연적·인문적 경관과 주변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지닌 한밤마을의 매력을 지자체에서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주었으면 한다. 각종 난개발로 체험학습장이나 일회성 관광지로 전락하지 않게 지금 있는 그대로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