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북리에 있는 화산(華山) 일대에 조선시대에 축성된 산성이 있다. 1984년 5월 21일 대구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된 화산산성이다. 화산산성은 해발 800m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좁은 길로 구비구비 7km까지 올라야 한다.
화산산성에 오르니 미완성 상태로 세월을 견딘 조선시대 성곽을 만나게 된다.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북리에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된 산성인데 숙종때인 1709년 병영을 설치하고자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일단 공사는 시작했지만 국가의 지원 없이 개인 재산과 승려의 시주에 의해 쌓는 성이라 도중에 흉년과 전염병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결국 두 겹의 홍예문만 남기고 이렇게 폐허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축성기법과 공사 순서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남아 1984년 대구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쌓다 만 성은 그 자체로 분위기가 있었다.
앙코르와트의 유적이나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허가 된 중세 성당 터를 보는 것 같은 운치가 있었다.대부분 화산전망대만 보러가는지 이 곳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뜻하지 않게 조선시대의 유적와 만난 숨은 명소로 기억될 것 같다.
화산마을은 오지마을이지만 주로 고냉지 배추 농사를 지으며 한때 초등학교도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었다. 이젠 20여 가구만 남았다고 한다. 풍차전망대에 가니 저 멀리 군위호와 군위댐이 보인다. 날이 맑아서 호수 물빛이 영롱한 파랑으로 아름다웠다.
눈에 거슬리는 건물이 없고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했다는 점이 군위의 자산이 아닐까? 이런 모습을 오래 간직하기를 바라며 하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