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전시의 “제철소와 도둑이 있는 산 풍경”의 작품
낭떠러지 길, 짐꾼이 강도에 쫓겨 도망가는 장면을 리얼하게 그린 풍속화이다
임덕수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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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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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인생이 꼬일 때도 있잖은가. 저 전시회의 그림이 그렇다. 언뜻 보면 바닷가에 인접한 잘생기고 웅장한 알프스 산맥자락에 고풍스런 성이 우뚝하고 마을과 돈 잘 버는 제철소가 팽팽 돌아가는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 그 유토피아의 건너편의 천 길 낭떠러지 길을 후다닥 전력 질주하는 사내가 있다. 제철소 짐꾼인 듯한데, 강도들이 칼을 들고 뒤 쫓아 오는 장면을 실감나게 그렸다. 이 사내 공포에 질려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날 살리라 황급히 도망중이다.
“제철소와 도둑이 있는 산 풍경”이라는 작품이다. 16세기 후반 알프스 산맥 근방에는 제철소가 약 1200여개 소나 운영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도둑들이 노릴 만도 하지 않겠는가. 자세히 보면 강바닥의 제철소 용광로가 돌아가고 연신 짐꾼들이 등짐을 지고 나른다.
뤼카스 판 팔겐보르호(1535년경~1597)라는 화가가 우리로 치면 임진왜란의 직전쯤 1585년에 그린 그림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를 막론하고 죽어라 일하는 놈, 이걸 강탈하려는 자, 더 큰 도둑놈들이 함께 사는 세상이다. 그림처럼 재수 없는 사람은 저렇게 낭떠러지 길에서 늘 쫓기며 산다. 당시의 풍속화이다.
글 사진 임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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