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아이돌! '정년이'의 여성국극(女性國劇)을 아시나요?

- 창극의 한 갈래로서 연극의 한 장르로
'정년이' 신드롬과 함께 떠오른 여성국극
-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국극의 창시자, 임춘앵(tvN 드라마 '정년이')선생

김오현 선임기자 승인 2024.11.05 09:30 의견 1

원작 웹툰과 tvN 토, 일 드라마 '정년이' 등장인물 포스터(네이버 검색)

1950년대, 여성들의 꿈과 열정이 빛났던 무대가 있었다. 바로 여성국극이라는 독특한 장르이다. 창극의 한 갈래로 시작된 여성국극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차별받던 여성 국악인들이 스스로 개척한 새로운 예술 세계였다. 특히, 여성 국악인들에 의해 만들어져 오로지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극단에서, 이들은 뛰어난 노래와 춤, 연기 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tvN 토,일 드라마 '정년이(실존인물 임춘앵)'를 통해 새롭게 조명받은 여성국극은 당시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여기에서는 1950년대 화려했던 여성국극의 역사와 그 의미를 되짚어보고, '정년이'를 통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여성국극의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창극 '정년이'를 통해 본 1950~60년대 여성국극의 부흥과 쇠퇴 주제의 국립창극단 공연 모습
1950년대 여성국극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임춘앵, 조금앵, 김진진, 조영숙 등 무대에 서던 모습들...


▶ 국극(國劇)

국극은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창극에서 비롯된 한국의 전통 연극 형식이다. 특히 여성국극은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에 걸쳐 큰 인기를 누렸다. 1948년 여성국악동호회가 창립되면서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국극단이 탄생했다. 여성들이 남성 역할까지 맡아 연기하는 것이 특징이었으며, 일본의 다카라즈카와 유사한 형태였다. 1950년대에 12개 이상의 여성국극단이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판소리의 복잡한 시김새(한국 전통 음악에서 주된 음의 앞이나 뒤에서 꾸며주는 장식음 또는 연주법)를 간략화하였고 춤과 연기를 가미한 새로운 형식의 음악극을 선보였다. 주로 사랑과 이별, 권선징악 등 대중적인 스토리, 화려한 무대 연출, 그리고 여성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인기 요인이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들어서 영화와 TV의 등장으로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고 여성국극단의 과잉 경쟁을 유발했고 시대 변화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여성국극은 한국의 전통 예술인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대중에게 선보인 독특한 장르였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경쟁 심화 속에서 비록 짧은 기간 동안 큰 사랑을 받았던 여성국극은 우리에게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시사하며, 한국 문화사에 중요한 한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한것 같다.

임춘앵 선생이 국극 무대에 서던 모습들...


◾️ ‘여성국극’의 창시자 임춘앵(林春鶯)

한국전쟁으로 암울했던 시대, 민중을 위로하고 웃게 만들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여성 국극’의 그 저력의 바탕에는 ‘여성국극’의 창시자 임춘앵이 있었다. 임춘앵선생은 실제로 여성국악 동호회를 결성해 최초의 여성국극 옥중화(獄中花)를 공연했는데 이때 역할이 남자 주인공 이몽룡이었다고 한다.

임춘앵(林春鶯, 1924-1975)은 전남 함평군에서 태어나 20세기에 활동한 판소리 여성 명창이자 여성국극 배우이다. 효금(孝錦), 예자(禮子), 애자(愛子) 등의 예명도 사용했지만 춘앵(春鶯)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본명은 임종례(林終禮)이다. 세습예인 집안 출신으로, 피리와 가야금 연주로 이름이 높았던 임성태(林成泰)의 딸이자, 설장고 명인 김안식의 조카, 일본 도쿄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음악인 임천수(林千壽)와 판소리 여성 명창 임유앵(林柳鶯, 1913-1964)의 동생이다. 여성국극 배우로 활약했던 김진진(金眞眞), 김경수(金敬洙), 김혜리 자매의 이모이기도 하다.

웹툰 원작 '정년이' 창극과 드라마의 장면들...

임춘앵은 18세 때 부민관(서울 구 국회의사당)에서 개인 무용 발표회를 열어 이름을 알리고, 조선음악협회에 입단했다. 20세부터 조선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25세에 박록주(朴綠珠), 김소희(金素姬) 등과 여성 국악인들을 주축으로 한 여성국악동호회를 결성했다. 이후 여성국극동지사로 자리를 옮기고 "햇님 달님"의 후편인 "황금돼지"에서 햇님 왕자 역을 맡아 남장여배우로 큰 인기를 얻었다. 임춘앵은 1950년대 여성국극계 최고의 남장여배우였을 뿐만 아니라, 무대 장치, 의상, 분장, 조명 등을 활용한 화려한 볼거리, 소리·춤·연기가 조화를 이루는 총체극적 양식, 대중적인 음악으로 여성국극계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임춘앵은 오빠 임천수와 합동 작업으로 국악과 오페라의 양식을 결합한 <춘향전>공연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편 임춘앵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한 만화 <춘앵전, 2008-2010>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전승 판소리 창법에 얽매이지 않고 서구적인 오페라의 창법을 차용해 곡을 재구성했다. 판소리에서 금기시하는 가성을 적절히 활용해 감미로움과 애절함이 물씬 풍기는 창법을 구사함으로써, 듣기에 부드럽고 서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국극 삽입곡을 비교적 쉬운 멜로디로 직접 작곡해 일반인들도 유행가처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tvN '정년이' 김태리 배우와 포스터 (사진제공 제공 tvN )


◾️웹툰 원작 드라마 '정년이', 김태리의 열연으로 화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가 김태리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원작 웹툰의 인기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태리는 극중 1950년대 최고의 국극 배우를 꿈꾸는 소리 천재 윤정년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와 몰입도 높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김태리는 '정년이' 역할을 위해 3년 동안 직접 판소리 공부를 하는 등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을 보여주었다. 목포 출신 흙감자 비주얼부터 천부적인 소리꾼 재능까지 그녀의 노력은 드라마 속에서 생생하게 드러나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11월3일 방송에서는 극한의 소리 훈련에 매진하는 정년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득음을 위해 산속 깊은 동굴에서 고된 훈련을 이어가는 정년이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과연 정년이가 득음에 성공하고 최고의 국극 배우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정년이' 촬영장소인 춘향전 무대
였던 남원 광한루와 드라마 장면들...
tvN 토,일 드라마 '정년이' 김태리가 고생
끝에 득음하는 드라마 장면


1950년대, 여성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시대에 여성국극은 차별과 맞서 싸우며 여성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예술의 불꽃이었다. 비록 전성기는 짧았지만, 여성국극은 시대의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며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 최근 웹툰과 드라마를 통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정년이'는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닌,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해석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년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여성국극을 새롭게 알게 되고, 이 아름다운 예술이 다양한 형태로 재창조되어 우리 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20분 tvN에서 방송되는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여성국극의 매력에 빠져들기를 바래본다.

한국 여성국극이 '정년이'를 통해 다시 한번 사랑받고,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기를 응원해본다.

🔲 참고문헌

1. 류민영,『우리시대연극운동사』, 단국대학교 출판부, 1989

2. 손태도, [여성국극], 한국전통공연예술학회, 2012.

3. 조인선, ['정년이'의 여성국극을 아시나요?],조인선의 예술로 떠나는 여행, 2023.

4. 한국전통연희사전, [임춘앵], 네이버 지식백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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