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약 시행처 양과동정(良苽洞亭)을 찾아서

-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재지킴이 활동 -

고경임 시민기자 승인 2023.07.11 08:17 의견 0

대동문화재지킴이지도사회 회원들은 매월 둘째주 일요일 문화재 현장을 찾아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7월은 시민들과 함께 향약 시행처인 양과동정에서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실시하였다.

문화재지킴이활동 전 단체사진


양과동정은 광주광역시 남구 이장동 166-1에 위치한 정자로 서문대로 나주방면으로 직진후 포충로 포충사 방면으로 우회전해서 800m쯤 가면 우측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광산구 양과동이었다. 그래서 정자 이름도 양과동정이다.

양과동정 전경


양과동이란 행정지명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광산구 유동곡면 향등리, 지산리, 수춘리, 광석리, 양동리, 효우면 덕남리, 임정리 등을 합해 광산군 대촌면 양과리가 되었고 1988년 광주직할시가 되면서 광산구 양과동이 된다. 1995년 남구가 신설되면서 양과동은 남구로 편입되었다.

양과동정은 전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이며 막돌로 싼 기둥에 덤벙 주초를 놓고 원형 기둥을 세워 연등 천정을 한 홑처마 건물이다. 목재 모양이나 기둥 상부 헛첨자만을 이룬 단순한 형태는 공포 이전의 형태로 이 정자가 아주 오래된 건물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양과동정은1990년 11월 15일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2호로 지정되었다. 양과동정은 단순한 정자가 아닌 향약 시행처이며 간원대(諫院臺)이기 때문이다. 정자에는 우암 송시열(尤菴 宋時烈)이 쓴 ‘양과동정’이라는 이 정자의 제호가 걸려있고 고경명의 제양과모정(題良瓜茅亭), 박광옥의 차유곡모정운(次柳谷茅亭韻), 영사정 최형한 제간원대(題諫院臺) 등 시문과 양과동적입의서(良瓜洞籍立議序), 양과동정향약서(良瓜洞亭鄕約序)와 같은 동약과 향약에 관련된 글들이 걸려있는 건물로 단순히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에 머무르지 않고, 동약(洞約)이나 향약(鄕約)의 시행처로 활용되었다는 점이 다른 정자와는 다른 특징이다.

영사정 최영한의 제간원대 편액


◆ 영사정 최형한 제간원대(題諫院臺) 시를 읽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臺名諫院間何因(대명간원간하인) 간원이란 대 이름이 어찌하여 생겼을까

藝閣霜臺代有人(예각상대대유인) 운각과 상대 대대로 훌륭한 사람 있었네

先輩風流誰復繼(선배풍류수복계) 선배들의 높은 풍류 어느 누가 이어갈까

檻前喬木舊時春(함전교목구시춘) 난간 앞 큰 나무는 예전처럼 봄을 알리네

시에서 말하듯 예부터 사간원의 신하들이 이 마을에서 많이 나와 임금께 글을 올릴 일이 있으면 이곳 양과동정에 모여 상소를 하였기에 간원대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양과동적입의서


◆ 양과동적입의서(良瓜洞籍立議序)는 선조 37년(1604년) 유사경이 쓴 동적의 서문이다. 양과동 동약의 유래와 중국 송나라 때의 남전여씨 향약의 뜻을 잇고자 했던 양과동 동약의 의의를 밝히고 성종과 연산군 무렵에 처음으로 동민의 신상정보 등이 담긴 동적을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나 난리로 인해 동적부가 병화로 소실된 이후 이 서문을 쓰게 된 배경, 공자가 향당에 들어섰을 때의 몸가짐에 대한 고사를 들어 향당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주변 정화활동-칡넝쿨 제거작업


◆ 양과동계는 1604년 중수한 뒤 현재까지 기본 틀을 잃지 않고 전해지고 있다. 당시 동계의 범위가 사방 30리였다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양과동을 중심으로 여러마을이 공동체로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여러 마을에 대한 대소사를 의논하기도 하고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했다. 근래에 이르기까지지 39점의 문서가 남아 있고 지금도 계회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짚솔로 마루닦기


◆ 유서깊은 동정에서 대동문화재지킴이 지도사와 시민 등 20여명이 참여하여 주변 정화활동, 모니터링 활동, 양과동정 이야기, 양과동정에 걸려있는 시문 읽기와 나도 시객이 되어 시한수 읊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도 시한수


한 시민 참여자는 대학에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을 검색하다가 문화재지킴이 활동이 궁금해 참여했다고 한다. 우리의 문화재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우리가 함께 가꾸고 지키고 활용하려면 계속 참여해야겠다며 밝혔다. 또 다른 참여자는 정자의 주인이 되어 멋진 시도 읊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킴이활동 후 정자에 앉아 소감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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