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과 팥죽

- 동짓날은 태양이 부활하는 날
- 팥죽과 새알심은 민족의 정체성

조성제 전문위원 승인 2023.12.22 17:57 | 최종 수정 2023.12.27 17:12 의견 0

동짓날과 팥죽

24절기 중 동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절기이면서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때라 여겨 중요한 날로 삼았다.

우리 조상들은 낮은 태양으로 양(陽)을, 밤은 달로 음(陰)으로 인식한 음양관에 의해 동지는 음(陰)이 극에 도달한 날이지만 이후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다시 말하면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일 년 중 해가 가장 짧아지다 동지를 기점으로 다시 길어지기 때문에 동짓날을 새해 첫날로 삼아 작은 설이라는 뜻으로 아세(亞歲)라고 불렀다.

이런 관계로 동짓달을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새해 첫 달로 여겨 동짓날에 천제를 드리고 마지굿을 하는 것이다.

동짓날은 팥죽을 쑤는데, 팥죽 속에 들어가는 새알심은 태양을 상징하며 한 알은 1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나이보다 새알심을 하나 더 먹어야 나이가 한 살 더 먹게 되는 것이다.

동짓날에 붉은 팥죽을 쑤어 고사를 지내고 문과 벽에 뿌리며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물리치며 복을 기원하였다. 이것은 팥의 붉은 색은 양을 상징하고, 양은 곧 태양이므로 양으로 음의 사악함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지녔다. 또 붉은색은 바로 치우천왕의 기운을 나타내며, 치우천왕의 기운이 역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힘을 지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바르고 화를 면한 것은 우리가 동짓날 팥죽을 문설주나 벽, 기둥 등에 뿌리는 것으로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라 하고, 중순에 들면 ‘중동지’라고 한다. 20일이 지나서 동지가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동짓날은 팥죽을 쑤는데, 팥죽 속에 들어가는 새알심을 나이보다 하나 더 많이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였다.

이 새알은 바로 봉황인 염제신농의 알로 신농의 후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새알은 우리가 무심코 말하는 ‘부랄’ 즉 불알이다. 염제신농은 불의 신으로 태양을 상징하므로, 즉 새알심은 태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나이보다 새알심을 하나 더 먹어야 나이가 한 살 더 먹게 되는 것이다.

동짓날과 크리스마스는 3일 간격으로 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는 사실 예수의 탄생일이 아니라 미트라교에서 태양의 부활을 축하하는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기독교에서 태양이 부활하는 시기에 맞춰 12월 25일을 예수가 탄생한 날로 정한 것이다.

로마에서는 이날이 바로 <새턴네리아>라고 불리는 토속종교, 즉 미트라교에서 태양 탄생을 축하는 날이다. 이날은 의로운 태양이 다시 탄생하는 날로 여겨 일 년 농사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농경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풍년을 자축하는 대규모 축제를 벌였다.

동지가 가까워지면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시들어 가는 작물들을 보고 인간들은 바로 태양의 죽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태양이 하지를 지나 여섯 달 동안 계속 남쪽으로 이동하여 12월 22일 동지가 되면 북위 66.6도 위치에서는 3일간 태양을 볼 수 없는 암흑의 시기로 태양이 죽은 것으로 여겼다.

이때부터 사흘 동안(22일, 23일, 24일) 태양은 ‘남쪽 십자별자리(Southen Cross 또는 Crux)에 머문다. 이렇게 3일 동안 태양이 움직이지 않고 십자성(十字星)에 멈춰있는 것이 태양의 죽음이다.

이 시기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사흘이 되는 것이다. 이후 12월 25일이 되면 낮의 시간이 길어지며 봄을 향하여 태양은 북쪽으로 1도씩 이동한다. 이렇게 태양이 다시 북쪽으로 1도씩 이동하면서 봄을 향해 오는 것이 바로 기독교의 ‘구원’인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춘분 또는 부활절이 오기 전까지 태양(예수)의 부활을 축하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춘분이 지나야, 즉 낮이 밤의 길이보다 길어져야만 어둠의 악마를 완전히 물리쳤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활절을 춘분이 지난 후 첫 번째 일요일로 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구 반대편 페루의 잉카에서는 우리의 동짓날과 같이 해가 가장 짧은 시기는 6월 21일이다.

이때 ‘미추픽추’에서 정기를 잃어버린 태양이 다시 정기를 회복하여 강한 태양의 부활을 기원하는 축제 '인티라이미'가 열린다. 우리의 소도와 같은 곳인 ‘미추픽추’의 ‘인티와나타’라는 곳이 바로 태양에 제사를 올리는 제단이다.

‘인티와나타’는 태양을 묶는 돌기둥이란 뜻으로 자기들 머리 위에 와 있는 태양이 북쪽으로 다시 가지 못하게 묶는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가 동짓날에 태양의 정기를 다시 찾기 위한 제사를 드리는 것과 같이, 지구 반대편 잉카에서도 역시 태양이 정기를 회복하여 강한 빛을 주기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동짓날은 24절기 중 22번째 절기로 추분을 지나면서 밤의 길이가 길어져 음의 기운이 가장 센 날로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그래서 이날을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한다.

중국 주나라 시절에는 동짓날이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로 삼았다. 당나라 역법서曆法書인 선명력宣明曆에도 동지를 역曆의 시작으로 보았다.『역경易經』에도 복괘復卦에 해당하는 11월을 자월(子)이라 해서 동짓날을 일 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는 신라에 이어 고려시대에도 당唐의 선명력을 그대로 썼으며, 충선왕 원년(1309)에 와서 원元의 수시력授時曆으로 바뀔 때까지 선명력을 사용하였다.

지난 2012년 12월 21일 동짓날이 세상의 종말이라 떠든 것은 마야력 대주기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었다.

<삼국유사> 연오랑 세오녀 편을 보면 신라 8대 임금 아달라 왕이 태양과 달이 빛을 잃게 되어 도기야都祈野라는 곳에서 세오녀가 짜준 명주를 들고 해를 맞이하여 태양의 정기를 회복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날이 동짓날이 아닌가 한다.

동지가 지나면 새해의 기운이 들어온다고 하니 새해에는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 모든 일을 이루시길 기원한다.

세알 동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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