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할 때는 반드시 공수를 준다. 언제부터 공수를 주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굿을 하는 목적이 바로 신의 말씀이라는 공수를 받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굿을 직접 의뢰하였거나 혹은 굿판에 참여한 사람들이 무당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즉 공수에 일희일비하면서 좋은 공수가 내리는 마음에서 긴장한다. 또 굿을 의뢰한 제가집에 전달하는 공수와 더불어 굿을 참관한 사람에게도 공수를 준다. 이때는 가급적 좋은 공수를 주려고 하고, 이런 공수를 덕담 공수라고 한다.
<고려사>, <세종실록> 등 옛 문헌에 기록된 것을 보면 옛날에는 공창(空昌)이라고 하였다. “공창은 사람의 소리가 아닌 신령의 소리로서 이 소리에 의하여 길흉화복을 판단하고 점을 치며 죽은 사람의 소식이나 음성을 듣는다.”라고 하였다.
특히 공창은 무당들이 직접 입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이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사람들은 이 공창에 현혹되어 굴복하고 복종하여 많은 폐단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공수는 고대(古代) 신시에서 제사 지낼 때 사용한 음악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이란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음향(音響)이다. 음향, 즉 소리와 울림은 천지창조를 위한 우주의 소리를 재현하기 위한 것이다. 음향을 재현하기 위하여 최초의 악기인 생황을 비롯하여 하늘의 울림을 표현한 장구와 땅의 진동을 재현한 징 등 악기를 사용하였을 것이다.
제사 음악은 신의 가르침을 얻기 위하여, 즉 공수를 받기 위하여 신을 즐겁게 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신께 제사 지낼 때 무당인 제사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목숨을 바칠 각오로 정성을 들인다는 뜻에서 공수(貢壽)란 말이 탄생하였다고 생각한다.
공수를 다른 말로는 ‘두열(頭列)’이라고도 한다. 이 뜻은 무리는 둘러서서 줄지어 합창으로써 삼신으로 하여금 크게 기뻐하시게 하고, 나라가 번영하여 민심이 윤택해질 것을 빌었다고 하였다.
두열은 제사를 지낼 때 제사장인 무당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줄지어 서거나 엎드렸다는 의미다. 이때 무당을 비롯한 무리의 우두머리들이 지극정성으로 신시의 음악을 신께 바친 후, 하늘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 깨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공수의 다른 말로 조리(條理)와 주리라고도 한다. 조리는 어떤 일을 해나가는 도리 또는 경로를 이야기한다. 그러면 공수는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신에게 여쭙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해법들은 무당의 입을 통하여 전달되기에 하늘과 통신할 수 있는 무당은 통치자이자 제사장이었다.
모세가 이집트를 벗어난 후 시나이산에서 하늘로부터 받아온 십계명이 바로 공수라 할 수 있다.
『삼국사기』에서 공수를 도솔이라 했다. 즉 도솔천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신의 소리라는 뜻이다. 그러면 공수란 신시시대 하늘에 제사를 드리면서 다가올 변고를 대처하거나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신의 지혜를 듣는 것이다.
신의 공수를 받기 위해선 신께 목숨을 바칠 각오와 지극정성이 함께 어우러져야 공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기에 공수를 받을 때는 신을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른 자세로 공손히 받아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고문(古文)에 “공수는 즐겁고 건강하기를 신에게 기원하고 순리에 따라 족함을 안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하였다. “즐겁고 건강하기를 신에게 기원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굿을 보기 위하여 참석한 사람에게도 공수를 준다. 이때 주는 공수는 보통 덕담 수준으로 좋은 이야기만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공수를 받을 때 자리에 앉아 공수를 주는 무당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공수를 믿지 않는 말투나, 공수가 맞지 않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또한 무당들도 너무 공수를 남발하여 공수(貢壽)가 아닌 공수(空授), 즉 헛소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공수(貢壽)는 무당이 목숨을 바쳐 지극정성으로 한 집안이 즐겁고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라면, 무당은 굿을 맡을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또 굿청에서 죽을 각오로 정성을 바쳐 지내야 한다.
현재 굿을 의뢰받아 정성을 지내는 무당 중 얼마나 많은 무당이 헛된 공수를 남발하고 있을까, 공수를 빙자하여 협박은 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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