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마프로디테의 부활
- 헤르마프로디테같이 양성(兩性)을 지닌 무당
- 팔선녀와 백마장군을 모신 正心神堂
한국의 강신무 중 박수들은 여성화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바로 남녀양성구유현상(男女兩性具有現象)이다. 양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것은 하늘(男性)과 땅(女性)의 융합 또는 신과 인간의 합일을 꿈꾸는 것이요, 오래전 인간의 전체성을 회복하려는 의례적 노력이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아이였다.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의처증으로 아들로 인정받지 못하고 늘 구박과 구타에 시달려야 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보면 몸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술을 드시고 오시는 날이면 아버지는 칼과 낫 주먹 등으로 어머니와 그에게 폭행하였기에 어린 나이에 느끼는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는 날이면 그는 농기구와 칼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숨기는 동시에 본인도 몸을 숨기는 데 급급하였다.
어머니는 상당한 미인인 까닭에 남편으로부터 사랑보다 의심을 더 많이 받은 불행한 여인이었다. 아버지의 의심으로 어머니를 구타할 때면 어린 몸으로 어머니를 보호하고자 몸부림쳤고 힘이 없어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할 때가 너무 많은 소년이었다.
지금도 그 당시 힘이 없어 어머니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이렇게 어머니의 끔찍한 사랑과 아버지의 폭력과 핍박을 받았지만, 어머니의 피나는 노력으로 어렵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가 사는 마을에서는 고려 송문주 장군을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었다. 송문주 장군은 몽골 침입 때 뛰어난 지략으로 몽골군을 막아낸 장군으로 알려져 마을 성황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왔다.
어느 날 마을에 처녀 한 명이 갑자기 죽었다. 마을 어른들은 송문주 장군의 노여움을 사서 죽었다고 하였다. 그 처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어머니와 함께 그 집 마당에 있는 꽃상여를 보는 순간 스티븐 호킹의 우주 이론에 나올만한 거대한 파장이 회오리처럼 돌다 한순간 그의 가슴으로 쑥 빨려 들어왔다.
그리고 미친 듯 집으로 달려가 장롱 속에 있는 어머니의 치마저고리를 들고 천정이 뚫어지라 뛰며 포함하였다.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이렇게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아이가 되어 파장과 진동으로 사람의 운명을 예언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그는 최소 5년에서 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기 시작하였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년 시절의 몸서리치는 고통의 세월 속에서도 학업 성적이 뛰어나 상업고등학교 재학 시 줄곧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한국은행에서 학교에 추천서가 도착했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그를 추천하였고 학교 전체의 기대를 받으며 면접시험을 보러 갔다. 그러나 그는 한국은행이란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직장을 다니기보다 대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했다. 그는 면접관에게 선생님들의 기대와 권유로 면접시험을 보러 왔지만, 본인은 학업에 정진하여 대학교에 가는 것이 목표이니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면접관에게 말씀드렸다. 그의 의지를 확인한 면접관은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지금도 내 의지를 이해해 준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그는 모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하였다. 모두 지방의 상업고등학교 출신으로 대단하다며 축하해 주었지만, 그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아버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대학 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과음으로 인한 아버지의 사망, 그리고 평생 구타로 병을 얻은 어머니의 병원비와 대학 등록금, 거주할 전세집 마련 등을 위해 서울의 시중은행에 들어가 주경야독해야 했다.
막내로 태어나 형과 누나가 있었지만 다들 사는 것이 힘들어 어머니에 관한 일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그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부모로부터 등록금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모두 본인들이 마련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 처남 및 지인들이 등록금과 하숙비 등을 부모에게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대학을 졸업 후 은행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였다. 어머니 병세가 심상치 않아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기에 급하게 결혼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였다. 어머니가 3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였다. 그런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어머니는 그로부터 3년 후 그가 결혼 한 날에 돌아가셨다.
그는 미래에 대한 예언을 지나가는 소리처럼 하였기에 사람들이 잘 믿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의 영적 능력은 시골에 다니러 갔던 장모님의 사고를 인천의 처가 집에서 진동과 전파로 직감하고 신속히 대응하여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며, 장인어른 역시 혼자 집에 계시다 뇌출혈로 쓰러진 사실을 은행 근무 중에 감지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구하는 등 주변 사람들과 부하 행원들의 미래에 관한 예언이 모두 적중하면서 그의 말을 신뢰하고 놀라워했다. 장모님이 입원했을 당시 처가 식구들에게 내년 3월 20일경 돌아가실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정확하게 3월 19일 돌아가셨다.
그의 뛰어난 능력은 은행에서 최고의 행원으로 이름을 날렸다. 은행에서 대리 진급 시 치르는 ‘책임자 고시’ 때 장모님이 쓰러져 병시중을 들면서 공부하였지만, 한 번에 합격하였다. 그리고 몇 년 후 은행의 최우수 영업실적을 올린 단 한 명에게 주는 올해의 “국은인 상”을 받고 지점장으로 승진하였다. 그는 팀장과 지점장 시절 신규업체를 유치하기 위하여 회사를 방문하면 그는 이 회사의 운명을 미리 감지하여 옥석을 가릴 수 있었기에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의 여성스러운 몸짓이나 말투 등은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은행지점장 시절에도 고객들이 찾아와 점을 봐달라고 했다.
‘여기 지점장이 무당들보다 점을 더 잘 본다며’
이런 고객들이 찾아와 곤란할 때도 있었지만 전국 지점에서 영업실적이 우수한 지점장으로 근무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신들린 지점장이란 오명을 받으며 더 이상 승진을 할 수 없었고, 그 역시 승진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부하 직원들의 승진을 잘 시켜주는 지점장으로 소문이 났다. 그런 이유로 여러 지점을 다니면서 8년이란 긴 세월을 지점장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그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무당이다. 보통 무당이 되기 위해선 심한 무병을 앓게 되지만, 그는 무병을 앓지 않았다. 그러나 어린 유년 시절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과 결혼 후 직장에서 퇴직할 때까지 남다른 삶의 굴곡들은 무병에 버금가는 고통이었으며 견디기 힘든 세월이었기에 무병을 대신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는 율려 팔선녀와 장군을 몸주 신으로 모셨다. 팔선녀는 소(素)신, 장군은 육(肉)신으로 양성(兩性)을 대표하는 신으로 완성된 몸이다. 양성구유는 속된 인간의 조건에서 초탈(超脫)하는 것이요, 미분화의 세계 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태곳적 마고 삼신으로의 회귀(回歸)를 위한 인간의 원초적인 상태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누구보다 뛰어난 영적 능력을 소유한 무당이다.
하지만 팔선녀와 장군 신을 함께 모신 탓에, 낮에는 선녀로 밤에는 장군으로 살아야 했다. 밤이 되면 라이브카페에서 장군 신의 기운을 마음껏 풀기 위한 광란의 몸부림은 매주 계속되었다. 은행 상사로부터의 이상한 눈초리에 욕설, 그리고 신의 길을 가지 않고 은행원으로 근무하는 데 대한 신들의 노여움이 마음속에서 화산처럼 폭발하여 울기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술을 마시고 자신을 망각하여 신인융합(神人融合)의 퍼제션(possession) 또는 엑스터시(ecstasy) 현상에 푹 빠져드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그는 신령과 자유로이 접신하고 통신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직장 생활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는 은행을 퇴직하고 7년 만에 신의 뜻을 받드는 신당을 신논현역 부근에 마련하였다.
바로 ‘正心神堂’이다.
그의 신당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 할 수 있다.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비록 작은 오피스텔에 모신 신당이지만 누추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신당이다. 이곳은 그가 정심을 바로 세우는 신성하면서도 영적인 공간이다.
그는 ‘正心神堂’으로 당호를 지은 것은 바른 마음을 바로 세우고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 한다. 이런 마음가짐이 천부(天府)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다. 하늘의 뜻에 부합하여 생각하고 행동할 때 마음이 평온하고 혼돈과 번민이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바른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기 위해선 구규(九竅:인간 몸에 있는 9개의 구멍)가 육감, 즉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되며, 정심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그 어떤 노력과 절실한 기도도 신령님의 감응을 받지 못하니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알려줄 수 없으며 무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팔선녀의 부드러움과 장군의 엄격함을 엿볼 수 있었다.
정심은 곧 바른 마음이니 하나님의 마음이며 신령님들의 마음이다. 지극한 정성으로 신령님들을 받들고 공경함을 말하는 것이며, 지치고 힘든 이웃들을 바른 마음으로 맞이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무당이 된 후 무교의 논리로 체계화된 이론이 없다는 데 크게 실망한 나머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무교의 논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무교가 논리적으로 체계화되어야만 민족종교라고 말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중심 종교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부디 무교의 논리를 바로 세워 무교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민족종교가 될 수 있도록, 무교의 사제로서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무교인의 모범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여 본다. 또한 무교인으로 사회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를 늘 고민하는 무교의 사제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正心神堂’은 삶에 지친 이들이 찾아와 마음의 위로와 힐링을 받는 아름답고 행복한 신당이 되었으면 한다. 우주의 소리, 즉 율려(律呂)에서 탄생한 팔선녀의 기운으로 방황하는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의 꽃이 되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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