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 느낌] 117 백수의 하루살이

흔들리며 명시조 감상 58

김명호 전문위원 승인 2024.06.09 21:53 | 최종 수정 2024.06.10 06:01 의견 0

백수의 하루살이

운해 송귀영*

천성이 까칠하여 하잖은 일 집착하는

밴댕이 소갈머리 말꼬투리 짜증으로

마나님 심기 건드려 잔소리가 흐벅지고

허름한 포장마차 개똥철학 너 접 쓰리

무식이 통통 튀긴 꼬락서니 구긴 모습

목청껏 핏줄 다발에 두꺼운 낮 능글맞고

바쁘게 머리 굴려 쾡한 눈빛 마주치며

엇갈린 일상에서 할 일없이 소리치다

순박한 세월을 삭여 입술 지긋 깨어 문다.

(출처: <<바람이 스친 자국>> 운해 송귀영 제25 시조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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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오랫동안 시조 작품을 다작하시고 넓고도 깊이 있는 시조를 잘 지으시는 운해 선생님이라 130여 편에 이르는 시조 모두 뛰어난 형상화로 운해 선생님만의 특유의 달관 미학으로 큰 산을 대하는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인생 경험과 이해력이 얕은 나에게 그리고 현재 나의 처지를 마치 그림처럼 보여주는 위 시조 “백수의 하루살이”가 염화시중 미소처럼 빙그레 미소 짓게 한다. 딱히 할 일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 직장이랍시고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살다가- 얽매여 살다가- 막상 풀려나니 서운하기하고 자유롭기도 하여 그 자유를 온전히 만끽하기가 아직은 익숙지 않아 눈치를 안 줌에도 은근히 스스로 눈치를 보게 된다.

만나는 사람에게 대화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연륜의 부작용인지 나름 작은 지혜인지 스스로 헷갈리면서도 지혜 나눔을 하는데 통상 잔소리라고 치부한다. 잔소리가 많아지는 것을 어느덧 깨닫고 자신을 추스르게 된다. 마치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 다처럼‘ 속으로는 내심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3수 종장에서 그 오기마저도 접고 물결치는 대로 살아가리라 한다. 아무리 지혜가 깊은들 젊음하고 비길 수가 있는가? 세월에 순종하여 한발 물러선다.

*운해 송귀영: 중앙일보 시조 당선, 국제신문 시 당선 현대문학 동임 현대시선문학상 등 다수,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현재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사진 김명호

글 사진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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