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 단상

- 무교는 미신이 아니다.
- 무교는 비과학적인 믿음이다.

조성제 전문위원 승인 2024.09.30 05:30 의견 0

무교 단상

신라 2대 남해차차웅의 차차웅은 왕호, 무칭(巫稱), 존장자의 의미하는 칭호였다. 신라의 금관 역시 왕들의 모자가 아니고 시림 또는 용왕에 제사 지낼 때 제관인 무당이 쓰는 모자였다.

남해왕이 여동생 아로에게 시조묘에 제사 지내게 했다는 것은 제정일치 시대에서 제정분리 시대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삼국시대 국가권력 구조를 나타내는 것이다.

고구려 요동성을 수·당으로부터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시조묘 고주몽에게 제사 지내고 사제 무녀가 성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예언했던 삼국사기 기록을 통해서 우리는 무교가 가진 국가 종교성, 강한 군사력결집, 강한 신념 도출의 사회적 기능들을 엿볼 수 있다. 상고시대에 무교는 국가결속, 사회통합, 인간본성회복, 제례의식체계화, 예술창작 등의 기능을 가졌다.

조선 조 불교와 무교를 억압하고 배척할 때 무교는 서민층으로 침잠할 수밖에 없었고, 내용적인 발전이나 사회적 순기능을 저지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결과로 오늘날 무교는 서민층의 수요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회에서 미신 시 하는 시각을 감수해야 했다.

무교가 다분히 주술적이고 기복적이며, 윤리성이 적고 관념적인 내세관이나 까다로운 철학성과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무교는 지금도 서민의 종교적 욕구이며, 가식 없는 소박한 신앙이다. 유구한 민족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고유성을 보유하고 전승하고 있는 큰 맥박으로, 민족 정체성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금 사회의 그릇된 확증편향으로 무교를 미신으로 치부하고 타파해야 할 악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무교는 결코 원시적인 미신행위들이 뒤섞여 있는 집합체는 아니다.

사람들은 무교가 합리적 · 과학적이지 않으니 미신이라 한다. 하지만 무교뿐 아니라 고등종교라는 기성종교 중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종교가 있는지 묻고 싶다.

종교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오히려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성이 많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종교며 신앙이다.

무교의 순기능 중 하나는 억눌린 부녀자들이 잠시나마 의지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모성애를 극대화하는 신앙이기도 했다.

마을굿은 마을의 통합과 일체감을 주고,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는 순기능을 잘 나타내는 무교 현장이다.

금성대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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