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양유물전시관

해양개척의 혼돈시대를 대변하는 침몰선

이종철 선임기자 승인 2024.10.14 08:43 의견 0

○ 매홀포럼 정기탐방 태안해양유물전시관

태안반도 안흥항에 있는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닷속 문화유산을 발굴하여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태안 앞바다에서 여러 척의 고려 시대의 고선박과 수만 점의 유물을 발굴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하여 건립되었다.

서해 해로에서 가장 항해가 어려운 지역을 뽑으라면 단연 태안의 안흥량(安興梁)이라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로 뻗어 나온 태안반도 주변으로 크고 작은 암초가 분포된 안흥량은 예로부터 지나가기 어려운 물길이라는 뜻으로 난행량(難行梁)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태안 안흥량 근처에서는 많은 해난 사고가 발생하였지만, 안흥량을 지나지 않고서는 개경이나 한양에 갈 수 없었기에 많은 배와 뱃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안흥량을 지나갔다. 고려 시대 이래로 안흥량이 위험하여 운하나 우회로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지금까지 태안 앞바다에서만 총 5척의 전통선박이 발굴된 것 역시 안흥량이 얼마나 험한 바다였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전시관의 설명에서)

전시관에서 바닷길을 여는 열쇠인 목간(木簡)과 죽찰(竹札)을 볼 수 있었다. 바닷속에서 발견된 과거 침몰선은 타임캡슐이라고 한다. 배와 그 안에서 발견된 유물이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목간과 죽찰은 배와 함께 유물이 언제 어디에서 출발하여 누구에게 얼마만큼 보내진 것인지 등의 정보들 잠은 일종의 화물표로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오랜 역사를 통틀어 바다로 많은 배가 지나다녔고 또 많은 배가 침몰하였다. 전시관 중앙에 침몰한 커다란 마도 1호선이라고 하는 재현선(再現船)이 있다. 실물 크기의 재현선에서 당시 조운(漕運)의 어려움과 자연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선인(先人)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마도 1호선은 전라남도에서 거둔 세곡(稅穀)을 싣고 개경으로 향하다 태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곡물운반선이었다. 무거운 곡물을 한꺼번에 수송할 수 있도록 깊이가 깊고 바닥이 넓으며 몸체가 두껍게 제작되었다. 선적물과 함께 다량의 목간 죽찰이 발견되어 출항 시기가 1208년 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시된 배는 발견 당시 남아있던 선체를 토대로 복원 재현한 것이다. (전시관의 설명에서)

난파선 대부분은 서남해안에서 개경이나 한양에 이르는 먼 길을 항해하였다. 배 위에서 먹고 자며 고된 시간을 버티어야 했다. 배에는 약 11명에서 14명이 승선하였으며 중앙의 돛대 주변의 일부 공간만 사용했다고 한다.

해양유물전시관 전경


전시관을 나와 안흥나래교를 걸어서 건넜다. 이 다리는 차량은 다니지 않고 걸어서만 갈 수 있는 다리로 아름답게 곡선형으로 만들어져 걷기에 좋았다. 빨간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걸어서 넘어온 안흥항에서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 목간(木簡)은 문서나 편지 등의 글을 일정한 모양으로 깎아 만든 나무 또는 대나무 조각에 적은 것을 말한다. (고고학사전)

● 죽찰(竹札)은 글을 적은 대나무 조각을 말한다. (고고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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