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은선리 삼층석탑

백제계 고려시대 탑

원영혜 전문기자 승인 2024.09.19 08:27 의견 0
독특한 형태의 고려시대 탑
백제양식의 낮은 기단부
특이한 형태의 2층의 2짝의 문비

보물 정읍 은선리 삼층 석탑은 백제 탑의 양식을 모방해 만든 고려 시대의 석탑으로 목탑에서 석탑으로 변화되어 가는 시기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없었던 독특한 모습이다.
기단(基壇)은 낮은 1단으로,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과 같은 양식이다. 탑신(塔身)은 몸돌과 지붕돌이 여러 장의 돌로 이루어졌다. 1층의 몸돌은 대단히 높아 기형적인 인상을 주고, 각 면 모서리에는 희미하게 기둥모양을 본떠 새겨놓았다. 2층 몸돌은 높이와 너비가 급격히 줄었으며, 남쪽면에 2매의 문짝이 달려 있는데, 이는 감실(龕室:불상을 모시는 방)을 설치한 것으로 짐작된다. 보통은 벽면에 본떠 새기기만 하는데 이렇듯 양측에 문짝을 단 유래는 매우 희귀하다. 3층 몸돌은 더욱 줄어들고 다른 꾸밈은 없다. 1층 지붕돌은 몸돌 위에 1장의 널돌을 얹고 그 위에 여러장의 널돌을 올렸는데 1장의 널돌은 지붕돌 받침이기 보다는 목조건물의 공포를 받치는 소루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은 목탑 양식을 잘 구현한 정림사지 오층 석탑의 양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꼭대기에는 또 하나의 평평한 돌이 놓여 있으나 이것이 탑의 머리장식의 일부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고려 중기에 만들어진 탑으로 추측된다. 기단과 지붕돌에서 백제 석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고려시대에도 옛 백제 땅에서는 백제양식의 석탑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층 몸돌이 지나치게 높아진 데다가 기단·몸돌이 모두 너비가 좁아서, 높을 뿐 아니라 안정감도 줄어들어 우수작이라 볼 수는 없지만, 일부 특이한 양식을 지녔고 백제양식의 탑이 전파된 경로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원영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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