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소재의 원천 샤머니즘
- 누미노재(Numinose)를 상실한 한국 무당
- 샤머니즘은 콘텐츠 보고
조성제 전문위원
승인
2024.11.28 10:52 | 최종 수정 2024.11.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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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月下의 공동묘지’ 등 한국 오컬트 영화를 보고 가슴 졸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 당시 한국 귀신 가운데 가장 무서운 귀신이 처녀귀신이었다.
처녀귀신이 대중들에게 가장 무서운 귀신이라 인식된 이유는 순수함이 변질되면 가장 공포스러운 힘을 발휘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처녀귀신의 위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2010년경 모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을 상대로 조사한 가장 무서운 귀신 Best Five에서 부동의 1위는 역시 처녀귀신이었다. 2위는 구미호九尾狐, 이어서 저승사자, 삼신할머니, 서낭당귀신 순이었다.
지금은 한국 귀신은 사라지고 수입 귀신이 득세한 세상이다. 즉 ‘드라큐라’ ‘뱀파이어’ ‘좀비’ 등이 귀신을 대변한다. 그리고 퇴마사 엑소시스트가 방송의 영향으로 귀신을 쫓는 대명사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외국 귀신에 자극받은 한국 영화계는 다수의 오컬트 영화가 제작되었다. 그중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신과 함께’ ‘사바하’ 등이다. 그러다 최근에 방영한 ‘파묘’가 큰 인기를 끌면서 다시 오컬트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오컬트 영화에서 무속 행위에 대한 평가가 무당들 사이에 회자한다. ‘파묘’의 김고은이 연기한 굿 장면은 굿판에서의 무당들이 하는 행위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문을 잘못했다고들 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영화는 창작물로 흥행을 목적으로 한다. 영화 속 장면이 실제 무당들의 굿과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37년간 무당들의 굿을 보고 공부한 필자가 보아도 김고은의 연기는 무당들 뺨치도록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오늘날 민간 연희로, 각종 콘텐츠로, 혹은 보존되어야 할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영화 · 문학 · 미술 · 음악 · 무용 그리고 정신의학과 문화인류학이 제각기 샤머니즘의 원형 가운데 하나를 떼어 가져서 각기 자기 영역의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단으로 전락할 때 샤머니즘의 생명은 죽는다. 누미노재(Numinose)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믿음을 상실한 곳에 샤머니즘은 존재할 수 없다.
일상적인 인간과의 대화를 초월하여 혼(魂)과의 대화, 구천(九天)에 머무는 망자의 혼을 불러 스스로 빙의(憑依,Possesion)되어 망자의 말을 이승에 전하고 이승의 말을 망자에게 전달하는 영혼의 인도자로서의 체험에 의미를 두지 않을 때 샤머니즘, 즉 무당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죽은 자의 혼과 나누는 대화는 비단 무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19세기 유럽을 풍미하던 심령술과 영매(medium)가 있고, 일본의 구치요세(口寄せ), 대만의 ‘당기’가 모두 트랜스(trance, 황홀경/망아) 상태이기는 하나 노래와 춤이 없이 죽은 자의 혼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 무속은 콘텐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는 북유럽 등 신화를 각색한 영화들을 많이 제작한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 개발자들은 한국 무속의 겉모습만 바라보고 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신화와 이야기를 인식하지 못한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 속에 잠자고 있는 주인공들을 하루빨리 깨우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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