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만 한국문화유산교육센터장

최근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가 국가유산청으로부터 국민신탁(National Trust) 단체로 지정 승인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조직의 변화가 아니라, 2005년부터 이어진 문화재지킴이 운동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가꾸어 온 지킴이 운동은 이제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춘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형태로 발전하며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유산 보호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19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된 이후, 미국,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전개되어왔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유산을 매입하고 직접 관리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개발 압력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으며, 국가나 지자체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문화재지킴이 운동은 2005년 민관 협력 사업으로 시작된 이래, 개인·기업·단체가 문화재 보호에 참여하는 독창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 운동을 통해 문화재 보존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수많은 시민이 '우리 고장 문화재는 내가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법적·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한계도 분명했다. 지킴이 활동이 특정 기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위축될 수도 있고, 장기적인 유산 보호 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지금 우리는 문화재 보호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20년 동안 이어온 문화재지킴이 운동을 넘어, 보다 전문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하는 2.0 버전의 시작점에 있다. 이제 우리의 문화유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자발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때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의 자산이다. 문화재 보호는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유산과 사람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일이다. 문화유산은 우리의 정체성과 삶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이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이제 문화재지킴이 운동이 내셔널 트러스트 모델로 도약하면서 더 많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유산 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문화유산의 주인이 될 때, 우리의 유산은 더욱 강하고 아름답게 이어질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문화재지킴이 운동이 내셔널 트러스트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유산 보호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개인과 기업, 지역 사회가 함께 유산 보호에 기여하는 모델이 정착된다면, 특정 기관의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유산 보호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유산을 지키는 일이 특정 기관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과 자랑이 될 것이다.

이번에 국가유산청의 국민신탁단체 지정 승인을 받은 것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중요한 전환점이다. 내셔널 트러스트 모델은 시민이 중심이 되어 직접 유산을 매입, 관리, 보존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보호' 중심에서 '소유와 활용'까지 확장되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는 문화재지킴이 운동의 2.0 버전, 즉 보다 전문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새로운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문화재지킴이 2.0 시대를 열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