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콘크리트 다리 (김제 만경 평야의 '새창이 다리')
일제의 쌀 찬탈 역사를 생생하게 알려주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멘트 다리 '새창이 다리'
이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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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4 21:52 | 최종 수정 2024.01.1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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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은 전라북도 김제의 드넓은 평야를 주요 배경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동학이후 8.15광복 까지의 민족의 아픈 수난과 정의를 향한 투쟁의 과정들을 그려 나간 작품이다. 김제 만경 평야는 전라북도의 만경강과 동진강 사이에 드넓게 펼쳐진 곡창 지대이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쌀 생산지다. 이 곳 사람들은 김제 만경 평야를 ‘징게 맹갱 외에밋돌’이라고 옛날부터 불렀으며 ‘김제 만경 너른 들’이란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이곳이 바로 내가 살던 고향이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금만평야가 만경강에 이르러서는 ‘군산시 대야면’과 ‘김제시 청하면’을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다. 이 다리는 일제 강점기인 1928년부터 1933년까지 5년 동안 건설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김제 평야의 옥토에서 난 맛 좋은 양질의 쌀을, 군산항으로 운반한 다음, 일본 본토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근 시멘트 다리다. 즉, 김제평야에서 일본으로 쌀 침탈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건립된 다리인 것이다.
다리의 이름은 ‘새창이 다리’ (구. 만경대교)로 불리고 있으며 길이는 800m이고 폭은 3.5m이다. ‘새창이 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콘크리트 다리로서,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일본인들이 자행한 곡물 수탈의 역사를 그대로 증언하고 있다. 그래서 ‘새창이 다리’는 근대문화 유산으로서 역사성이 크다. 다리의 폭이 1차선인 관계로 다리 양단에서 신호를 보내어 차량의 통행을 조절하였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다. 다리는 노후화되고, 군산과 김제를 오가는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1989년에는 비로소 ‘새창이 다리’ 바로 옆에 새 만경대교(총 길이 600m, 교 폭 10m)를 만들게 되었고, ‘새창이 다리’는 지금은 통행이 금지된 상태가 되었다. 최근에 본 ‘새창이 다리’는 지방 자치 단체에서 근대 문화 유산으로 조성하고 있었으며,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벤치나, 가로등, 조경을 위한 화분 등이 다리 위 여기 저기에 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기억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과거의 역사를 왜곡되지 않게 배워서, 현재에 바른 역사의식을 갖고서, 미래로 나가는 길을 알려주는 진리다. 일본은 극우 정신에 매몰되어 독도영토를 주장하거나, 위안부 사과 지연, 교과서 왜곡문제 등 자꾸만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이럴 때에 우리는 ‘새창이 다리’같은 일제 찬탈의 역사를 잘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의 증언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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