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위해 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와 '고산자로'
왕십리문화공원에 고산자 김정호의 조형물이 세워짐
'고산자로'를 지나며 백성을 위해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를 기억
이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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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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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역 2번 출구 앞에 왕십리 문화공원이 있다. 이 왕십리문화공원에 조선 후기에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 김정호의 동상이 서 있다.
대동여지도는 1861년 김정호가 한국 고지도를 집대성하여 제작한 ‘최고의 목판본 한반도 지도’이다. 근대적 측량이 이루어지기 전에 제작된 한반도 지도로는 가장 정확한 지도로 알려졌다. 고산자 김정호(1804~1866)는 1804년 황해도에서 태어났고 몰락한 잔반(殘班)이나 중인으로 추정된다. 고산자 김정호의 생애에 대한 기록이 부실해서 오늘날 현존하는 자료는 많지 않다. 이러한 김정호의 조형물이 왜 성동구 왕십리문화공원에 세워져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다.
김정호 동상 앞으로 성동구 성수대교 북단에서 시작해서 동대문구 제기동 고대삼거리까지 가로지르는 왕복 6~7차선인 ‘고산자로’가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도로의 역사는 1966년 고산로(古山路)에서 시작되었고, 1984년 서울시가 역사속의 위인 이름을 도로명으로 정하면서 ‘고산자로’로 불렸다.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호이며, 여기에서 도로 이름이 유래하였다.
성동구는 2017년 ‘왕십리문화공원’에 김정호의 상징 조형물을 설치하고, 성동구의 주요 관광 명소를 석판 지도에 새겨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여행자의 거리’로 조성하였다. 김정호 동상은 높은 곳에서 땅의 지형을 살피는 모습으로 발로 그린 대동여지도를 상상하게 한다.
고산자로가 지나가는 ‘청계천에는 다리가 놓여 있는데, 다리 위로 ‘고산자로’가 지나는 데서 ‘고산자교’로 불린다. 성동구 마장동과 동대문구 용두동을 잇는 다리이다. 청계광장을 기준으로 보면 청계천에 놓인 22번째 다리이고,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가 아닌 청계천 복원당시에 새로 지은 다리이다.
조선의 ‘내비게이션’을 만든 김정호의 삶은 안타깝게도 누군가의 의도로 역사에 남아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안타깝다. 그러나 김정호는 어려운 정치상황에서도 백성들을 위한 자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 꿈은 소수 권력가가 지도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백성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목판으로 인쇄할 수 있고, 분첩 형태로 보관과 휴대가 가능한 편리한 지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그 꿈은 '대동여지도'로 완성이 되었고 우리는 그를 기억해야 한다.
성동구는 이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왕십리문화공원 앞을 지나는 도로가 ‘고산자로’라는 점에 착안하여 고산자 김정호의 동상을 세우고 ‘여행자의 거리’로 조성하였다. 왕이 아닌 백성을 위해 일평생 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희를 ‘고산자로’를 지날 때 한번쯤 기억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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