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정맥, 아랫물길 - 하수도 분야의 국내 최초 '서울하수도과학관'
*우리나라 최초의 하수처리장으로 알려진 '청계천하수처리장'이 위치했던 '중랑물재생센터'에 위치
* '백제시대의 수세식 공중 화장실 - 익산 왕궁리 유적 대형 화장실' 전시
이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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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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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에는 상수도 박물관인 ‘수도박물관’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초로 하수도를 주제로 한 ‘서울하수도과학관’이 용답동에 자리하고 있다. 상하수도는 콜레라를 비롯한 전염병으로부터 인간의 수명을 무려 30여년이나 연장한 인류 역사상 가장 괄목할만한 개발로 간주된다. 상하수도는 세계적인 도시를 완성하는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상수도가 우리 몸의 동맥역할을 한다면, 하수도는 우리 몸의 정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하수도는 ‘100년의 역사를 품고 흐르는 도시의 정맥, 아랫물길’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하수도박물관’은 지하에 위치해 있어서 현실감은 느낄 수 있지만, 냄새가 있고 어둠침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수도과학관’은 악취를 줄이기 위하여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 하였고, 그 위에 ‘서울하수도과학관’을 건설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다.
‘서울하수도과학관’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하수처리장인 ‘중랑물재생센터’ 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하수처리장으로 1976년 준공된 ‘청계천하수처리장’이 자리했던 곳이기도 하다. 청계천은 조선시대 한양의 배수역할을 했고, 한일합병 이후 전쟁으로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도시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청계천 주변이 판자촌이 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청계천, 중랑천 뿐만 아니라 한강까지 오염문제가 심각해지자 1976년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었다. 이후 1979년 중랑하수처리장이 건설됐고 1990년대까지 서울의 하수도는 눈에 띄게 발전을 하며 마침내 하수도보급율 100%를 실현하게 되었다.
예전에 불렸던 ‘하수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이 지금은 ‘물재생센터’로 이름이 바뀌었다. 물재생센터는 하수처리기능 뿐 아니라 여가, 문화시설 등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가스와 슬러지 등의 자원을 활용해서 신재생에너지발전소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수도과학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하수처리장 부지에 2017년 설립되어 하수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시하고 있다. 면적 2,365㎡에 지상 2층으로 구성되었으며, 1층에는 하수도 역사, 기술, 미래 등 하수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전시 및 영상 관람시설이 있다. 2층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콘텐츠로 주로 교육 프로그램이다.
특히 1층에 전시되어 있는 ‘청동기 시대 울산식 집자리, 울주 교동리 456 유적’, ‘한성백제의 수도 -풍납토성토관’, ‘백제시대의 수세식 공중 화장실, 익산 왕궁리 유적 대형화장실’ 등의 전시는 우리나라의 하수도 역사를 청동기 시대부터 볼 수 있고, 미래 세대들의 하수도 교육에 유익한 자료들이다. 하수도과학관에는 각종 하수도 역사와 관련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청계천 하수처리장 홍보 영상이나 중랑천 하수처리장 건설 기록 영상 필름 등도 전시되어 있다.
하수도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도시의정맥과 같은 역할을 갖고 있는 필수 환경 인프라가 되었다. 도시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동맥에 해당하는 상수도가 잘 흘러야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정맥에 해당하는 하수도 역시 막히지 않고 잘 흘러야 한다. ‘서울하수도과학관’은 하수도 분야에서 국내최초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도시의 건강한 인프라인 하수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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