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춘의 「해동기」를 통해 1607년 사행길을 읽다』

譯註 誠齋實紀

김용목 시민기자 승인 2024.06.30 19:07 의견 0


1607년, 쇄환사(刷還使) 피로인을 구하라

3월 24일……. 궁宮을 순회하다가 동쪽 회랑에서 한 명의 피로(被擄)된 여인을 보았는데 나이는 30살이 되었으며 얼굴은 자못 곱고 예뻤다. 그녀에게 살던 곳과 성명(姓名)을 물으니, 눈물이 흘리며 요염한 눈빛으로 서서히 앞으로 나와 잠깐 붉은 입술을 움직이며 말하길, “소녀는 창원(昌原)의 기녀인데 이름은 옥경(玉鏡)입니다. 지난(往在) 정유년(丁酉, 1597)에 피로되어 일본(日本)에 들어와 본도(本都)를 전전하며 이리저리 팔려와 소창(小倉)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신(使臣)의 행차를 듣고 남의 상선을 빌려 타고(借乘) 고국 사람을 찾아서 부모와 친척의 존망(存亡)에 관한 기별을 묻고자 왔습니다.”라고 했다. 말을 마치자 목이 메여 얼굴 가리고 우는데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마치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돌아가는 여정에 쇄환(刷還)해 갈 뜻으로 위로했다.

아산 장씨! 성재(誠齋) 장희춘(蔣希春, 1556~1618) 실기. 『성재실기』는 4권 2책이다. 그 중 2권과 3권에 임란 후 처음 파견한 ‘회답 겸 쇄환사’에 문관 수행원으로 참여한 장희춘의 「해동기(海東記)」가 실려 있다. 장희춘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 활동을 하면서 일본과 교섭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해동기는 전쟁 후 일본에 피로된(被擄) 조선인을 쇄환(刷還)하는 관계로부터 당시 시대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자료이다.

장희춘 원작, 우승하 역주, 크라운변형판, 양장,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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