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하구는 우리가 연해주와 만주를 개척하고,동해로 진출하던 거점

윤명철 논설위원 승인 2024.07.03 13:14 의견 0

야밤, 두만강 건너 옛 발해 땅 찾아가는 농사꾼들

윤명철

한 밤

야 밤

어둠의 땅 떠난다.

어둠의 찬 강물 허리춤 적신다.

보름 달 피한 애새벽

구름 너머 그믐달

명주 적삼 한 자락 펼칠 무렵

개밥바라기 하나

깜깜 하늘에 콕 박혀

강 너머 새 땅 길잡이 하고.

깜깜한 땅.

검붉은 흙 평생 묻혀 온

헤지고 바랜 삼베 바지 저고리

그 슬픈 흰빛

그나마 등불처럼

살얼음 낀 물 속 비쳐

발자국 발자국

조심스레 찍는다.

벙거지 쓴 포졸들

야멸찬 눈길 피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이요.

애비 에미.

그 애비 에미의

백골들 바셔져 두툼해진 밭이랑

그 검붉은 흙 다 버리고

깜깜한 땅 버리고

왼갖 인연들 하나 하나씩

피눈물 적셔 던져가며

묵묵히 건넌다.

춘삼월

망나니 칼날처럼 번뜩이는 살얼음에

서걱 서걱 베여가며.

다시 올 리 없는

깜깜한 땅 뒤로 한 채

그 두만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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