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영화 '니모를 찾아서' 감상

윤명철 지음 ( 윤명철 교수의 해양영화 이야기)

윤명철 논설위원 승인 2024.07.30 18:00 의견 0

제목 : Finding Nemo (2003)

애니메이션 : 미국 2003 .06.05 개봉

감독 : 앤드류 스탠튼'knick knack'

난 어디를 가던 늘 새김질하는 말이 있다.

아, 여기서도 나름대로 뭔가가 존재하고 있구나.

망망대해 가운데에서는 끝없는 물결들을보면서. 막막대사(漠漠大沙)에서는 그저 쌓여있기만 한 모래들을 보면서. 그리고 바로 며칠 전에도 요동벌판에 번지는 초생달빛을 바라보면서 존재의 고귀함을 깨달았다. 햇살들이 푸르게 스미는 바닷 속 분홍색 말미잘의 하늘거리는 옷자락 사이로 두 마리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흔들거리며 나온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너울

너울 헤엄쳐 다닌다.

광대물고기인 ‘머린’과 ‘코랄’은 조약돌 같은 알들이 부화되는 신방을 오고가면서 꿈에 부풀어 한다. “이제 우리 애들이 태어날 텐데, 이름을 뭐라 붙여줄까?“

“마린 2세는?”

“글쎄요, 한 마리는 ‘니모’란 이름이 좋을 것 같아

요.”

사랑은 행복하다. 달콤하고, 따사하고, 신바람난다. 그래서 그들의 바다는 무지개보다 더 화려하고 찬란하다. 하지만 한 순간에

나타난 무도한 칼치의 습격으로 아내는 죽어버리고, 알들도 다 먹혀버렸다.

머린은 남은 한 알을 보면서 울다가 다짐한다. “너만은 절대로 지켜줄 께” 바다가 흐르듯 세월도 흐르고, 물고기들도 나이를 먹는다.

니모는 어느새 말썽꾸러기로 성장하고, 아빠는 아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또 다시 시작한다. 어느 날 아빠는 니모를 데리고 학교로 간다. 환상적인 건축물들과 흔들리는 풀들, 연두색 노을색 가지색 등등 형형색색의 산호초들이 기묘한 공간을 이루고, 그 새새로 갖가지 물고

기들이 헤엄쳐 다니며 재잘거린다.

애들은 사람이나 물고기나 다 마찬가지로 호기심이 많다. 선생님 눈을 피해 산호정원 담을 벗어나 멀리가기로 담력시합을 벌이는 물고기들. 니모는 까불다가 놀라 쫓아온 아빠의 앞에서 잠

수부의 채집망에 걸려버렸다.

“니모! 니모! ”

아빠의 비명과 절규. 절망감이 바다 속을 군청색 어둠으로 바꿔버렸다. 머린은 니모를 찾아 길을 떠나가다 산호초 근처를 유영하던 건망증이 심한 푸른 물고기를 만난다. 사연을 주고받던 둘은 의

기가 투합해서 길을 같이 떠난다.

무시무시한 이빨을 지닌 상어의 위협에 못 이겨 파티장에 가던 두 물고기는 난파선 근처에서 글씨가 씌어진 물안경을 발견한다. 니모를 잡아간 사람의 물건이다. 갖은 노력을 기울이던 머린은 마침내 그 글씨가 시드니라는 지명임을 확인한다. 이제 시드니를 향해 길을 떠나면 니모를 구할 수 있다는 생겼다.

한편 니모는 치과의 유리어항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작은 새우, 집게, 노랗고 검은 줄이 위엄스럽게 쳐진 열대어, 그리고 뽀드득 윤이 나는 조약돌들, 화려한 색의 물풀들. 모든 게 아

름답고 먹이도 풍부했지만, 이곳은 자유가 없는 비좁은 공간이다.

대장물고기는 몸집이 작은 니모를 이용해서 탈출작전을 세운다. 즉 관을 쑤시고 들어가 정화필터를 막으면 어항이 더러워지고, 그러면 청소를 할 때 뛰쳐나와, 부두 옆의 횡단보도를 건너 바닷물로 풍덩 빠진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빠비용의 탈출계획보다도 더 어렵고, 무모해 보이는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

“물고기는 갇혀서 살수 없거든”

이 말은 우린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지만, 어떤 존재든 자유를 추구하고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니모는 모두들의 기대감 속에 필터구멍을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대장이 던져주는 조약돌을 필터의 톱니에 끼운 니모는 의기양양하게 귀환한다. 하지만 기계 힘을 못이긴 조약돌이 튕

겨져 나오면서 오히려 니모는 빨려 들어가 죽을 위험에 처한다. 동료들이 황급하게 물풀을 집어넣어 간신히 구해냈지만, 모두들 의지를 상실해버린 채 축 늘어진 니모만 안스럽게 바

라보고 있다.

한편 머린은 더 본격적으로 모험길에 접어든다. 아들을 구하고, 아들에 대한 약속(그것은 죽은 아내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을 지키기 위해 아이 손바닥만 한 광대 물고기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흉측하게 생긴물고기를 만나 조류를 따라 15마일 정도가면 시드니가 나타난다는 말을 듣고 환호한다.

바다 속에도 길이 있다. 계곡이 있고, 높은 산이 솟아있고, 그 새새에는 나무 암벽 산적 같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머린과 도라는 으스스한 계곡 길을 피해서 위로 올라가 통과하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곳은 위험지대였다. 아차 하는 사이에도라는 해파리무리에 걸려들었다. 수 천 개의 투명한 낙하산들이 너울거리면서 내려오고, 채 피하지 못하고 걸려든 물고

기들은 독에 쏘여 금방 살이 부풀어 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머린은 해파리 독에 익숙했기 때문에 계속 쏘이면서도 빠져 나왔지만, 도라는 온 몸에 독이 퍼져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머린은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뛰어들어 도라를 끌어안은 채 탈출에 성공한다. 정신을 차린 두 물고기는 산란기를 맞아 줄을 이루며 항해하는 거북떼들을 만났다. 겁먹은 눈초리로 묻는다.

“조류대가 어디 있어요?”

거북이는 웃는다.

“너희는 이미 조류대에 올라타 있단 말이야”

“네가 해파리들의 공격에서 친구를 구했단 말이지.”

“상어들과도 싸웠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니?”

“잡혀간 아들을 구하려고 바다를 떠돌아다닌단 말이지.”

거북이들은 서로 서로 머린의 영웅적인 행위를 찬양하는 말들을 퍼뜨리고. 다시 이 말은 오징어나 다른 생선들을 통해서 바다 전체로 물결처럼 퍼져 나갔다. 뿐만 아니라 하늘을 나는 갈매기나 페리칸들 까지도 이 일을 전해 듣고 여기 저기 날라 다니면서 머린을 일약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니모가 사는 어항이 있는 치과를 자주 들락거리는 페리칸은 머린이 찾는 아이가 바로 니모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서 다시 치과로 날아간다. 지쳐 누워있는 니모에게 말한다.

“니모, 네 아빠가 널 구하려고 찾아온대.”

“먼 바다에서 시드니항구를 찾아오느라 지금 동북 조류대에 올라타 있대.”

“정말요? 에이, 우리 아빠는 겁이 많아요.”

“아냐 정말야”

“그래요 우리 아빠가요?”

어항 속에는 갑자기 활기가 넘친다.

“그럼, 다시 탈출을 시도하자.”

그 순간에 니모는 깜짝할 새에 필터 속으로 들어가 조약돌들을 던져 필터를 고장 냈다. 앞으로 이틀 동안만 고장나있으면 어항이 지저분해지고, 그러면 물을 가는 순간에 모두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다.

한편 머린과 도라는 거북의 도움으로 조류대에서 빠져나와 시드니로 향하는 물길에 올라탔다. 그 순간 다시 범고래를 만나 길을 물어보다가 그만 입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젠 죽음이 다

가왔다고 느낀 아빠는 몸부림친다.

“살아야 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꼭 말해 줘야해”

좌절과 절망감이 온몸을 휩쓸고, 점차 힘이 딸려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악” 비명소리가 들리는 순간, 두 마리 물고기들은 등의 분출구로 솟구쳐 나왔다. 그 순간 시드니의 조개껍질 모양의 오페라 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기쁨의 눈물이 툭 튀어나온 눈 두덩이를 타고 흘러 아가

미를 적신다. 이제 니모를 만나는 일만 남았다. 한편 니모는 어항이 더러워지길 기다리는데, 의사는 물을 가는 대신에 자동정화 장치를 설치해 버린다. 탈출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니모는 조카딸에게 주기위해 뜰채로 떠 올려

진다. 그 순간 니모는 죽은 척하며 쓰러지고, 페리칸이 뛰어들면서 입속에 담긴 아빠의 외침이 들린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는 순간에 페리칸은 다시 날라가고, 대장물고기는 죽은

척하는 니모를 재빨리 꼬리로 쳐내 변기통으로 날려 보낸다.

드디어 니모는 하수구를 타고 흘러나가 바다로 빠져 나갔다.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었다. 한편 페리칸은 머린과 도라를 입에다 담아다가 다시 바다 한가운데에 떨어뜨렸다. 하지만 머린은 비탄과 절망에 빠져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도라, 니모는 이제 죽었어. 난 집으로 돌아 갈거야”

“제발 가지마. 난 네 친구야. 네가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걸”

그래도 고개를 숙인채 돌아서는 머린. 슬픔에 빠져 있는 도라 앞에 아빠를 부르는 니모가 나타났다. 둘은 함께 머린을 찾아 나서고 , 마침내 모두 만났다. 이제야 광대물고기 부자의 모험은 끝났고, 모두의 행복을 찾았다.

그 신바람 내는 순간에 그물이 드리워지고, 수 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어선에서 내린 그물 속에 갇혀버렸다. 니모는 붙들린 도라를 구하려고 헤엄치고, 머린은 또 잃을 수 없다고 니모를 붙잡는다. 하지만 니모는 가까이 가서 망에 걸린 물고들에게 소리친다.

“아저씨들 아래쪽으로 헤엄을 치면 살 수 있어요. 저도 그렇게 했단 말이예요”

“정말? 자, 그럼 우리 모두 아래로 헤엄을 쳐보자

모든 물고기들은 힘을 합쳐 아래로 헤엄치고, 그러자 끌려 올라가던 그물은 멈추섰다. 그리고 점차 아래로 아래로 그물이 끌려 내려가고, 그러다가 마침내 그물을 묶은 대가 부러져 내렸

다. 승리한 대가로 모든 물고기들은 자유를 얻고 생명을 다시 얻었다. 아주 간단한 원리를 물고기들은 모르고 있었고, 니모는 어항 속에서 그 지혜를 깨달았었던 것이다.

때로는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평범함 사실을.

얼마 후

그들은 오랜만에 분홍색으로 빛나는 말미잘 집에 돌아왔다. 머린과 니모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헤엄치면서 학교로 간다.

“사랑해요 아빠”

“나도 사랑해”

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육식과 회를 좋아하지는 않기에 최소한 잔인한 짓만은 덜 하는 것같은 마음이 들어서이다. 이제 당분간은 죽은 생선의 얼굴을 보면서 니모를 떠올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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