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진도에 가다. 3 (진도의 숨은 명소, 운림산방(雲林山房))

- 2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묵의 향과 심오한 예술세계를 감상
- 진도에 운림산방의 자연에 취하다.

한병기 선임기자 승인 2024.08.19 17:18 의견 0
첨철산 아래 고즈넉하 자리잡은 운림산방과 연못 그리고 배롱나무(사진 한병기)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첨찰산 기슭에 자리한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小癡 許鍊, 1808~1893)이 말년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간 화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조용한 산중에 위치해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즈넉한 정취가 어우러진 명승지로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남종화의 마지막 거장이 남긴 유산

운림산방의 유래

허련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표적인 화가로, 김정희의 제자로서 남종문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는 스승이 세상을 떠난 후, 서울 생활을 마치고, 1857년 고향인 진도로 돌아와 운림산방을 세우고 남은 생애를 이곳에서 보냈다. 운림산방은 그의 주요 작품 활동의 중심지였으며, 허련은 이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운림산방이라는 이름은 중국 원나라의 유명 화가 예찬(倪瓚)의 호인 운림(雲林)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허련의 예술적 세계관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잘 반영하고 있다. 운림산방은 그 이름처럼 구름과 숲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장소로, 허련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초가집으로 된 안채와 사랑채
● 진도 남종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운림산방

운림산방은 허련의 손자인 남농 허건(南農 許楗)에 의해 1982년 복원되어, 현재는 국가지정명승 제80호로 지정되었다. 진도군에 기증된 이후, 운림산방은 진도군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많은 예술가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고있다.

운림산방은 단순한 화실을 넘어, 한국 남종화의 역사를 간직한 중요한 유산이다. 허련의 후손들과 제자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남종화의 전통을 이어갔으며, 진도는 한국 남종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허련의 예술적 유산은 이후 호남 지역과 전국으로 확산되어, 많은 화가들이 이곳에서 배출되었고, 오늘날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남종화의 성지

● 진도를 찾는 이들이 놓쳐서는 안 될 곳

운림산방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주변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첨찰산의 기슭에 자리 잡은 이곳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세속을 떠나 자연 속에 깊이 잠긴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허련이 느꼈을 자연의 위엄과 고즈넉함을 체험하며, 남종화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진도군은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지만, 운림산방은 진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명소 중 하나다. 이곳에서 허련의 예술적 유산을 느끼며, 진도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체험해보길 추천한다. 운림산방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닌, 한국 예술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첨철산 아래 자리잡은 운림산방

● 소치 허련의 200년 이어온 가계도

소치 허련의 가계도는 조선 후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전통을 이어온 중요한 가문이다. 허련의 후손들은 남종문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한국 화단에서 큰 역할을 했다. 아래는 소치 허련의 5대에 걸친 가계도다.

200년 5대를 이어온 소치 허련의 가계도

▶ 1대: 허련 (小癡 許鍊, 1808~1893)

-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 김정희의 제자로 남종문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킴.

- 전라남도 진도에 운림산방을 세워 작품 활동을 이어감.

▶ 2대: 허형 (許瀅, 1862~1938)

- 허련의 장남.

- 아버지 허련의 화풍을 이어받아 남종화를 계승함.

- 1911년 운림산방을 매각하고 강진으로 이주함.

▶ 3대: 허건 (許楗, 1907~1987)

- 허형의 아들.

- 호는 남농(南農).

- 현대 한국화의 대표적 인물로, 운림산방을 1982년 복원하여 진도군에 기증함.

▶ 3대: 허백련 (許百鍊, 1891~1977)

- 허형의 또 다른 아들.

- 호는 춘설(春雪) 또는 소전(素筌).

- 남종문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호남 화단에서 많은 제자를 양성함.

▶ 4대: 허림 (許琳, 1929~2018)

- 허건의 아들.

- 남농 허건의 화풍을 계승하여 남종문인화를 발전시킴.

▶ 5대: 허정 (許正, 생몰년도 미상)

- 허림의 아들.

- 남종화의 전통을 이어받아 활동 중임.

이 가계도에서 볼 수 있듯이, 허련의 예술적 전통은 5대에 걸쳐 이어져 오고 있다. 각 세대는 남종화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키며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한국 남종화의 맥을 잇는 중요한 가문으로, 허련이 시작한 예술적 유산을 지금까지도 보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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