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과 떡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추석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
- 떡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

한병기 선임기자 승인 2024.09.14 20:55 | 최종 수정 2024.09.15 10:25 의견 0
2024년 추석(秋夕)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그림 한병기)

우리 겨레의 명절 가운데 가장 큰 ‘한가위’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때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한가위’냐 ‘추석’이냐로 혼용되어 사용된다. 사실 우리 겨레는 신라 이후 오랫동안 한가위를 써왔지만 요즘 어찌 된 일인지 ‘추석’이란 말이 대세다. 추석(秋夕)은 5세기 때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기서 추석월의 뜻은 천자(天子)가 ‘가을 저녁에 달에 제사를 드린다.’라는 뜻이었으니 우리의 명절과 맞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더구나 중국 사람들조차 이 추석이란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추석도 한가위도 혼용해서 사용해도 바르다고 한다.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우리말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고,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이다. "신라 유리왕 9년에 나라 안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로 승부를 가름하고,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리고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을 부르며, 춤을 추고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그때 말로 ‘가배→가위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삼국사기》의 기록으로 보아 ’한가위‘는 우리 겨레가 오랜 세월 써온 우리말임이 분명하다. 또 조선 후기 한양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도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 떡

농경사회가 정착하면서 곡물 조리법으로 죽·떡·밥으로 음식 형태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후 밥이 주식으로 정착된 이후, 떡은 명절 음식, 의례(儀禮) 음식, 현재에는 축하 음식으로 발전했다. 그 이후 떡은 밥보다도 더욱 문화적인 내용을 포함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온 식구들이 모여 송편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마을회관이나, 넒은 장소에서 공동으로 만드는 일이 많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 떡은 각종 제사, 집에서 치르는 여러 가례(家禮), 손님을 접대하는 빈례(賓禮)에 필수적인 음식이 되었다. 또 떡 종류에 따라 고유한 의미가 있는 음식으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쌀가루만을 찌던 단순한 형태였지만 점차 다른 곡류, 과실, 꽃, 야생초, 약재 등을 섞음으로써 빛깔, 모양, 맛이 다양하게 발전되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궁중과 양반집을 중심으로 떡은 더욱 사치스럽게 발전했다.

조선 시대 조리서(調理書)221))에 기록된 떡 종류는 모두 198가지이다. 그중 찐 떡이 99가지, 친 떡이 45가지, 지진 떡이 40가지, 삶은 떡이 14가지이다. 찐 떡이란 시루에 찌는 것을 말한다. 시루에 떡을 얹히는 방법에 따라서 설기떡·무리떡·백편·두텁떡 등으로 나뉘고, 재료에 따라서 메떡·찰떡 등으로 나뉘며,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증편·송편 등으로 나뉜다. 친 떡이란 멥쌀가루나 찹쌀가루를 찌거나 찹쌀로 밥을 지어, 안반(흰떡이나 인절미 등을 치는 데 쓰이는 받침, 크기는 일정하지 않으나 가로 1m, 세로 1. 5m, 두께 15∼20㎝ 정도의 나무판)이나 절구(곡식을 빻거나 찧는 데 쓰는 용구)에 놓고 쳐서 완성한 떡이다. 멥쌀가루를 쪄서 친 떡에는 절편·가피떡·흰떡이 있고, 찹쌀이나 찹쌀가루를 쪄서 친 떡에는 인절미·단자가 있다. 지진 떡이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모양을 내어서 기름에 지져서 완성한 떡으로, 화전·주악이 여기 속한다. 삶은 떡이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둥근 모양을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 건져서 완성한 떡으로 경단이 여기 속한다.

예쁘게 만들어진 모시송편(옛날에는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태어날 아이가 이쁘다고 했다. )

조선 시대에 밥이 주식으로 자리 잡아 나갔던 것에 비해서 떡은 다양하고 특별하게 쓰였다. 즉, 떡은 해마다 절기(節氣) 따라 먹는 절식(節食)으로, 한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맞는 다양한 계기들, 즉 출생·결혼·죽음 등을 축하하거나 애도하기 위한 음식으로, 다른 한편 백성들과 깊은 관련을 맺었던 무속 신앙과 관련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 우리 절기에 맞추어 먹는 절식을 정리하면

1월 : 가래떡(초하루), 절편 약식(보름), 흰 무리, 붉은팥 시루떡(무오일), 승검초편, 꿀찰떡, 삼색 주악, 각색 단자, 산병(초삼일)

2월 : 노비 송편(중화), 용떡(영등제)

3월 : 쑥송편, 두견화전(杜鵑花煎), 쑥버무리, 청절편(삼짇날)

4월 : 청절편, 느티떡, 기주떡, 녹두찰떡, 쑥편, 화전, 승검초편(초파일)

5월 : 쑥편, 쑥절편, 수리취떡, 기주떡(단오)

6월 : 상화병, 색비름 화전, 편수, 경단(유두)

7월 : 밀전병, 강냉이떡, 밀개떡(칠석), 깨 찰떡, 밀설구, 주악, 떡수단(삼복)

8월 : 콩깨동부, 인절미, 올벼송편(오려송편), 개떡, 조떡, 콩떡, 호박떡, 콩찰떡, 무시루떡(추석)

9월 : 감국화전, 밤단자, 밤떡, 감떡, 호박전, 소머리떡(중양)

10월 : 콩인절미, 감떡, 붉은팥시루떡, 검은콩시루떡, 무설기떡, 밤단자(고사)

11월 : 골무떡, 호박떡, 무시루떡(동지)

12월 : 온시루떡, 꼬리떡(제석)

조상들이 즐겨먹던 떡은 모든 것이 재료이고 멋과 맛 그리고 건강까지 어느것 하나 빠뜨리지 않고 음식으로 정을 나누었다. (사진 네이버 캡처)

설날에는 액을 피하고 복을 기원하며, 순탄한 기후와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흰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었다.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의 『조선 상식 문답(朝鮮常識問答)』(1946)에 따르면,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은 흰색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만물의 부활 신생(復活新生)을 의미한다는 종교적 뜻이 담겼었다고 한다. 2월 1일은 중화절(中和節) 혹은 노비일(奴婢日)이나 머슴 날이라고도 불렸다. 이날은 공식적으로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날에는 노비들에게 나이 수대로 송편을 나누어 주었다. 이 송편은 정월 보름날 세웠던 볏가릿대(禾竿)에 있던 쌀로 만든 것이었다. 풍년을 바라며 하늘과 가까이 두었던 쌀을, 일할 사람들에게 먹였다.

■ 전통 명절 떡 송편(松 소나무 송, 䭏 떡 편)

송편은 한국의 전통 떡 중 하나로, 주로 설날, 정월 대보름, 한가위 같은 명절에 즐겨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 기원은 17세기 요리서인 ‘요록(要錄)’에 처음 등장하며, 송병(松餠) 또는 송엽병(松葉餠)으로도 불린다. 송편은 모든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8도 떡’으로, 특히 한가위에는 조상의 차례상과 묘소에 올리는 명절 떡으로 자리 잡았다.

옛날에 솔잎을 깔고 송편을 쩌냈지만 요즘은 솔잎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리도 먹음직스럽게 윤기가 흐른다.

송편의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송편을 찔 때 사용하는 솔잎이다. 송편은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에 익반죽하여 만든 피에 녹두, 콩, 깨, 밤, 팥앙금 등 다양한 재료로 소를 채운다. 송편의 반죽은 반달 모양이나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어지며, 솔잎을 깔고 찌면 완성된다. 솔잎을 깔아 찌는 방식은 송편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하고, 솔잎의 독특한 향이 송편에 배어들어 맛을 더해준다.

고려 시대부터 대중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송편은 농사일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이듬해에도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송편을 만들고 나서 종들에게 나누어 주는 풍습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지역에 따라 송편의 모양과 재료는 다양하게 변형되었으며, 경북 지역에는 동그란 UFO 모양의 송편이, 강원도에서는 손가락 자국을 남겨 빚은 송편이 유명하다. 송편을 찔 때 사용하는 솔잎은 향과 더불어 송편과 송편이 붙는 것을 예방하는 역할을 기대했을 것이다.

송편의 소로 사용되는 재료는 기호에 따라 지역에 따라 깨, 설탕, 콩, 팥, 밤, 대추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깨와 설탕을 사용한 송편은 달콤하고 고소한 맛으로 인기가 많지만, 콩이나 팥을 소로 사용하는 송편은 다소 부담스러운 식감과 맛으로 젊은 층에는 인기가 덜하다.

■ 지역별 송편

- 서울 : 오색송편

- 강원도 : 감자송편, 도토리송편, 무송편

- 충청도 : 호박송편, 국화송편

- 전라도 : 삘기송편, 모시잎송편, 꽃송편

- 황해도 : 큰송편

- 경상도 : 칡송편

- 제주도 : 완두콩송편

- 평안도 : 조개송편

- 함경도 : 언 감자송편

지역별 송편은 지역의 특색을 잘 나타내고 있다.(사진 네이버 캡처)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우리 떡에는 애환도 기쁨도 환희도 모두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식구들 특히 여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음식만들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그 전통을 유지하고 발전해 왔다. 현대에는 핵가족을 넘어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음식문화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 자동화는 물론 배달문화까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아 참! 스마트 폰 사용 시 손을 사용함) 해결되는 세상이지만 명절이라는 핑계로 온 식구가 모여 않아 조금이나마 얼굴도 보고 즐겁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 추석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풍성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 보내시고,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명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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