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일까? 상사화일까? 모두 이쁜 꽃은 사실이다.
- 상사화와 꽃무릇은 비슷한 외모 때문에 종종 혼동되지만, 사실 서로 다른 특징이 있다.
- 한 지붕 두 축제를 하고 있지만 저마다의 색다른 느낌을 품고 있다.
한병기 선임기자
승인
2024.09.18 17:31 | 최종 수정 2024.09.19 08:21
의견
0
수선화과의 상사화(相思花)는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곧잘 비유된다. 봄에 돋아난 잎이 다 떨어진 뒤 7~8월 연분홍이나 주황색 꽃이 핀다. 그래서 잎이 있을 때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면 잎이 없어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한다고 해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상사화의 일화 『상사화는 나팔꽃과 같이 몇 안 되는 남자가 죽어 환생한 꽃이라고 한다. 옛날 한 마을에 너무나 사랑하는 부부가 아이가 없어 간절히 소망한 가운데 늦둥이로 태어난 아이가 딸이었다 한다. 고명딸로 태어난 아이는 부모님에 대한 효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쁨은 온 마을에 자랑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다 아버님이 병이 들어 돌아가시고 극락왕생하시라며 백일 동안 탑 돌 이를 하였는데 처녀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큰 스님 시중드는 스님은 누가 볼세라, 마음을 들킬세라, 얼굴만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는 애절한 가운데 말 한마디 못하고, 어느덧 백일은 다가왔으니 불공을 마치고 처녀가 집으로 돌아가던 날 스님은 절 뒤 언덕에서 하염없이 그리워하다 그만 그날부터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하여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다음 해 봄 절가에 곱게 핀 한 송이 꽃이 그 스님의 무덤 옆이라, 언제나 잎이 먼저 나고 잎이 말라 스러져야 꽃대가 쑥~하고 올라와서는 연보라 꽃송이가 고개가 무겁게 피었던지라 이름하여 상사화라 했다고 한다. 세속의 여인을 마음속으로 사랑하여 말 한마디 못한 그 스님의 애절함에 꽃말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합니다.』
이처럼 잎과 꽃의 존재 시기가 어긋나는 것으로 꽃무릇이 있다. 봄에 잎이 나는 상사화와 달리 꽃무릇은 9월 추석 무렵 붉은 꽃이 먼저 피고 꽃이 떨어지면 잎이 돋아난다. 일명 석산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꽃무릇을 상사화로 잘못 아는 이들이 많다. 꽃무릇 또한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하는 상사화의 특징을 갖고 있는 데다 관련 축제도 열려 대중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진짜 상사화를 상사화가 아니라고 우기는 해프닝도 생긴다.
꽃무릇을 상사화로 표기한 꽃 축제 이름도 이런 혼동에 한몫했다. 꽃무릇은 사찰 주변에 대규모로 자라는 경유가 많은데 전남 영광 불갑사, 전남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이 대표적이다. 꽃무릇의 붉은 꽃이 필 때면 바닥에 불이 붙은 듯 색감이 화려하고 강렬하다. 이로 인해 군락지마다 축제를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함평꽃무릇 축제(25회)와 영광상사화축제(24회)의 축제를 보면 재미있다.
필자는 어려서 영광(고향)과 함평(외가)을 모두 오가며 꽃무릇과 상사화를 많이 보고 자랐다. 이 두 식물은 거의 같은 시기에 꽃이 피고 지기 때문에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필자가 어려서는 상사화나 꽃무릇을 별로 좋지 않은 꽃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 둘은 약간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음침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 꽃무릇, 상사화가 피면 발로 차고 짓뭉개고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불갑산을 중심으로 자생하는 꽃무릇을 놓고 양쪽에서 축제하는 형국이다. 불갑산이 함평과 영광을 모두 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꽃무릇과 상사화 중 대부분은 꽃무릇이다. 함평의 꽃무릇 축제도 상사화를 일부 심어놓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꽃무릇이다. 이는 영광 불갑사 상사화축제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준비하고 있으니, 바람 쐬러 가볼 만하다.
ICPS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