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사랑한 덕수궁의 서양식 건물(2)
대한제국 시절 황제의 휴식처였던 정관헌
고종은 커피마시면서 어떤 생각했을까
김지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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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20:54 | 최종 수정 2024.11.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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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 지어진 건물 중 석조전 못지 않게 이국적인 건물은 정관헌이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이를 상징하는 건물로 지은 양관 중 하나다.
러시아공사관을 지은 러시아 건축업자 사바친이 설계했다 정관헌이 지어진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1901년경 태조의 어진을 모시기 위해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태조는 물론 고종, 순종의 어진을 봉안했다.
규모는 단층으로 목조와 석조, 벽돌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 아래에 지하층도 있고 지상에는 대형 홀과 네 개의 작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둥은 전형적인 서양식 기둥이지만 석조나 철제가 아닌 목재로 만들었다. 기둥 머리에는 이오니아식 문양, 아칸서스 잎과 분홍빛 꽃이 새겨져 있지만 소나무와 사슴 문양도 볼 수 있어 조선의 정서를 담고 있다. 또한 베란다 바깥 기둥에는 길상의 뜻을 지닌 박쥐 문양이 새겨져 있다.
고종황제는 이 곳에서 커피를 즐기며 음악을 감상하던 휴게소의 용도로도 즐겼다고 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대한제국 황실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정관헌은 한때 찻집으로 이용된 적이 있었다. 과거 한국영화를 보면 이 곳은 일반인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카페처럼 이용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2004년에 들어서야 등록문화재 제8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2008년에 덕수궁 전체가 이미 사적 124호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겹친다는 이유로 지정 해제되었다.
정관헌은 베란다와 남방형 창문으로 인해 동남아시아에 지어진 전형적인 콜로니얼 스타일의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당시 영국, 프랑스 등 제국주의 국가들이 동남아시아의 더운 기후 때문에 아시아는 당연히 사계절 내내 더울 것이란 오해에서 비롯된 건축양식이다. 덕수궁 내의 석조전과 중명전 역시 콜로니얼 양식으로 지어졌다. 조선의 겨울 날씨를 예측 못해 20세기 초반까지 전국 곳곳에 이런 양식의 건물이 많이 지어졌는데 대부분 철거되었다.
정관헌은 덕수궁 내에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한제국 시절에 세워진 몇 안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서양의 건축 양식을 빌려 왔지만 우리의 전통 문양을 녹여 낸 절충식 건물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귀중한 건축물이다. 망국의 군주였지만 서양문물에 관심이 많아 얼리어답터였던 고종은 이 곳에서 커피를 즐기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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