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순천만, 멸종위기 겨울철새 탐조 성지로 부각
- 전봇대 뽑고 원시성 회복했더니 일본 흑두루미 3,000마리 순천 이주.. 종보전 청신호 -
- 흑두루미 탐조거리 150m에서 80m로 단축, 인간과 신뢰 관계 형성 -
- 순천만 탐조 전문가 32명 양성.. 소리와 걷기 결합 고품격 탐조 프로그램 운영 -
김대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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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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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루... 두루루...’ 6,200여 마리 흑두루미 노랫소리가 순천만 창공을 가득 메우고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마친 10만 마리 가창오리가 화려한 군무를 펼치며 갯벌로 들어왔다. 부리를 휘휘 저어 먹이를 찾는 노랑부리저어새는 이미 130여 마리가 도착했고 그 사이 귀한 저어새 두마리도 눈에 띈다. 오랜 서식지 보전 결과 인간과 신뢰 관계가 돈독하게 형성되어 겨울철새 탐조 성지가 된 순천만!! 순천시는 순천만이 간직한 원시적인 자연의 소리와 걷기를 결합한 시간대별 고품격 탐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 전봇대 뽑고 원시성 회복했더니 일본 흑두루미 3,000마리 순천 이주.. 종보전 청신호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전 세계 흑두루미 90% 이상이 일본으로 집중되면서 질병 발생에 따른 종소멸의 위험을 안고 있었으나, 순천만으로 분산되면서 종보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순천만은 2006년 민선 3기 노관규 시장이 취임하면서 생태관광지 조성을 착수했다. 순천만 인근 식당, 오리농장, 주택 등 환경저해시설을 철거하여 자연성을 회복하고 생명의 공간을 확대했다. 사라져 가는 종 보호를 위한 정책도 발굴했다. 2007년 순천시 시조를 비둘기에서 흑두루미로 변경하고 2009년 흑두루미 전선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대대뜰 59ha에 있는 전봇대 282개를 뽑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었다. 단순히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을 넘어 ‘보전을 통한 생태관광의 새로운 길’을 창조한 것이다. 흑두루미는 이에 화답했다. 2009년 400여마리에서 2021년 3,400여마리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에는 일본 이즈미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생존을 위해 흑두루미 6,000여마리가 순천만으로 피난을 왔다. 2023년 겨울, 순천만으로 피난 왔던 6,000마리 중 3,000여마리가 월동지를 순천만으로 바꾸면서 흑두루미는 7,200여마리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11월 흑두루미 7,600여마리가 관찰되면서 전 세계 생존 개체수의 50%를 순천만에서 탐조 가능하며, 흑두루미 이외에도 재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는 내년에 전봇대 15개를 제거하여 환경저해시설 없는 서식지 28ha를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 순천만 흑두루미 탐조 거리 150m → 80m로 단축, 인간과 신뢰 관계 형성
최근 맨발로 걷는 순천만 람사르길이 순천만 탐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는 경계심이 워낙 심해 람사르길에서 인간에게 허용하는 접근거리는 150m였다. 그러나 올해는 람사르길에 위치한 탐조대 인근 농경지 80m까지 흑두루미가 접근하여 망원경 없이 육안 탐조가 가능해졌다. 2009년부터 세계유산 순천만 갯벌뿐만 아니라 주변 완충구역인 농경지까지 보호해 온 시의 노력 덕분에 흑두루미와 인간의 신뢰 관계가 돈독하게 형성된 까닭이다. 람사르길은 2009년 차가 다니던 도로 400m를 흙길로 복원한 것을 시작으로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총 5.8㎞의 맨발걷기길로 연장됐다. 연안과 내륙 경계에 위치한 람사르길은 염분이 유입되어 일반 흙길에 비해 음이온이 3배 높아 육지보다 맨발 걷기 효과가 커 건강과 탐조를 즐기려는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순천만 탐조 전문가 32명 양성.. 소리와 걷기 결합 고품격 탐조 프로그램 운영
시는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최고 조류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하여 순천만 탐조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했다. 평가 과정을 통해 총 32명의 탐조 전문가를 배출하고 시는 오는 12월 2일부터 내년 3월말까지 ‘순천만 겨울철새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탐조 프로그램은 순천만 자연의 소리와 걷기를 결합하여 시간대별로 구성했다. ‘셀프 탐조’는 순천만천문대 2층과 순천만 탐조대에 설치된 고배율 쌍안경으로 겨울철새를 탐조하는 것으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사운드 탐조’는 매일 10시, 14시, 16시 총 3회 사전 예약을 받아 1시간 동안 운영된다. 탐조 전문가와 함께 새소리, 갈대소리 등 순천만이 간직한 원시적인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람사르길 ~ 갈대숲탐방로 ~ 용산소공원에서 탐조활동이 이루어진다. ‘워킹 탐조’는 순천만 공원 개장 전 7시부터 시작하여 10시, 13시, 16시 총 4회 사전 예약을 받아 총 2시간 코스로 운영된다. 탐조 전문가와 함께 람사르길 중 탐조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는 구간을 걸으며 일렁이는 갈대군락과 갯벌에서 탐조활동을 한다. 사전 예약 프로그램은 7세 이상 회당 15명 선착순으로 순천만습지 누리집에서 예약 가능하며, 일부 유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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