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국보 제35호)
석탑을 마주하고 있는 석등
원영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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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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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의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은 불국사 다보탑과 비교되는 탑으로 그 형식면에서도 아주 독특하다.
기본 구조형은 2층기단 위에 삼층석탑의 기본형을 따르고 있으나 상층기단에서 특이한 의장(意匠)을 보인다. 착상이 기발하고 특이한 형식을 갖춘 점에서 불국사의 동쪽 다보탑과 쌍벽을 이룬다. 높이는 7.17미터이다.
탑신은 1층 몸돌에 문짝 모양을 본떠 새기고, 양 옆으로 인왕상, 사천왕상, 보살상을 조각해 두었다. 평평한 경사를 보이고 있는 지붕돌은 밑면에 5단씩의 받침이 있으며, 처마는 네 귀퉁이에서 살짝 들려 있다. 탑의 꼭대기에는 머리장식의 받침돌인 노반과 복발만이 남아있다.
가장 주목되는 위층 기단은 암수 네 마리의 사자를 각 모퉁이에 기둥삼아 세워 놓은 구조로, 모두 앞을 바라보며 입을 벌린 채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있다. 사자들에 에워싸여 있는 중앙에는 합장한 채 서있는 스님상이 있는데 이는 연기조사의 어머니라고 전한다. 신라 화엄종 첫가람 화엄사는 연기조사에 의해 세워졌다.
각 부분의 조각이 뛰어나며, 지붕돌에서 경쾌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어 통일신라 전성기인 8세기 중엽에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위층 기단의 사자조각은 탑 구성의 한 역할을 하고 있어 경주 불국사 다보탑(국보 제20호)과 더불어 우리나라 이형(異形)석탑의 쌍벽을 이룬다.
아랫층 기단에는 4면에 각 3구의 천신상이 조각되어있으며, 1층의 탑신에도 사천왕상과 인왕상 등이 돋을새김으로 조각되어, 이 탑을 지상과 천상의 세계로 만드는 매우 화려한 장식탑이기도 하다.
이 석탑의 앞에는 3개의 돌기둥 기단이 석등의 본체인 화사석을 받들고 있는 특이한 석등이 있다. 기단부의 가운데에는 한쪽 무릎을 꿇은 사람이 차공양을 올리는 모습의 조각상이 앞에 있는 석탑을 향하고 있는데, 석등의 기단 안에서 차공양을 올리는 사람은 연기조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연기조사가 화엄사를 창건한 후 300여년 흐른 신라말에 조성된 이 탑과 석등은 오랜세월을 견디는 동안에도 전란에 의한 파손은 되지 않았지만, 비바람과 풍설의 세월로 많이 훼손되었고, 최근 문화재연구소의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완전 해체수리복원를 하여 오늘의 모습이 되었다.
새롭게 단장한 연기조사와 그의 어머니 설화가 깃든 사사자삼층석탑과 석등에서 감동스러운 효성과 더불어 오랜 역사속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원영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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