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 느낌] 96 만추

흔들리며 명시조 감상 43

김명호 전문위원 승인 2024.02.27 08:47 | 최종 수정 2024.02.27 09:48 의견 0

만추

향목 진길자

가을이 내려와서

감나무에 등을 달면

설익은 저 낮달은

만월을 꿈꾸다가

지난한 기다림 속에

눈시울이 붉는다

*****

만추의 분위기를 영상을 보듯 그려진다.
초장부터 다정하다. 가을이 처녀 걸음처럼 살포시 내려와서 감나무에 잉태를 하고
중장에 이르러 낮에 뜬금없이 철없는 달이 나와 겁도 없이, 물색없게도 만월을
꿈꾸는 분수 모르는 어이 없는 세태를 툭 제시한다.
종장에 이르러 그러한 어수선함 속에서도 드디어 붉은 홍시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으로 중첩되어 가을이 무르익어 풍성하면서도 어딘가 한편 쓸쓸한 전형적인 늦 가을의 분위기를 흠뻑 느끼게 한다.

사진 김명호

글 사진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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