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 느낌]105 달항아리1

흔들리며 명시조 감상 50

김명호 전문위원 승인 2024.02.29 21:19 의견 0

달 항아리 1

이석규*

진흙탕 수렁 지나 불가마에 연단하고

달빛 젖은 대금소리 마디마디 새기면서

연옥빛 그리운 마음 둥그렇게 빚었구나.

*****

도자기 원료가 되는 여러 흙 고령토, 백토, 규석, 장석을 채취하여 여러 번 반죽하고 다지고 다져야 비로소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된다. 도공의 정성과 땀방울로 거듭된 연단(1,300도 가열을 통해 소성된 완성품만 선정)과정을 거쳐 비로소 항아리가 탄생한다. 도공의 진솔한 마음을 닮아 보름달처럼 둥글고 넉넉하며 풍족한 모양을 갖춘 항아리 달항아리 모양이 되었다. 꾸밈이 없어 소박하지만, 품격이 있으며, 모나지 않고 원만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너그럽게까지 한다. 한밤중 달빛을 타고 흐르는 청아한 대금 소리는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달항아리에 박혀 마디마디 연옥빛 그리움으로 가슴을 울린다.

최순우 선생의 “ 달항아리는 폭넓은 흰 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는 한국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할 수 없다” 글이 떠오른다.

달항아리는 그리움이요 연옥빛 그리움이다. 달항아리를 이렇게 운치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달항아리 2’가 있을 것이다. 기대가 크다,

*이석규 :사단법인 시조협회이사장 시조시인 가천대 석좌교수

사진 보물 백자 달항아리(2005), 白磁 壺, 백자 대호, 白磁大壺(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글 사진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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