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 느낌] 107 옥서 받자옵고

흔들리며 명시조 감상 52

김명호 전문위원 승인 2024.03.22 04:47 의견 0

옥서 받자옵고

모상철*

새길 마디 밑줄치며 다시다시 읽습니다

이랑 갈아 묻힌 빛살 두고두고 찾습니다

어느덧 사무친 숨결 깊이깊이 품습니다

*****

옥서는 귀하고 귀하신 분이 쓴 편지다.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나 다름없다.
마음이, 혼이 어린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살뜰하고 소중하여 새기고 음미하고자 밑줄까지 치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다시 읽는다. 볼수록 읽을수록 행복하기에!

씨를 뿌리기 위해서 밭을 간다. 고랑에 뿌린 씨가 싹이 트기 위해서는 빛이 햇볕이 필요하다. 땅속의 영양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빛이다. 그 빛은 바로 사랑이다. 그 사랑을 옥서 행간에서 찾는 것이다. 미처 표현하지 못한 채 숨겨진 애틋한 사랑을 찾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애절한 것이냐? 글자 한자 한자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쓴 옥서에 서린 감상을 그대로 간직하고자 미처 표현하지 못한 혼을, 맺힌 숨결을 가슴에 깊이깊이 품겠다는 절절한 정서가 아닐 수 없다.

신선하고 절묘하며 명징한 사랑!!

초장에서 ‘새길’은 단순히 글씨가 아니라 금과옥조를 조각하듯 최상급의 글씨를 은유한 것이고 중장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이랑 속에 묻힌 빛살로 은유함은 기막힌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종장에 이르러서 이 모든 복선을 종합하여 옥서를 쓴 순간의 마음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 살아있는 생생한 숨결을 깊이깊이 간직하겠다는 것이다.

사랑시로서 이렇게 품위 있고 멋진 시는 다시없을 것이다. 현대의 젊은 감성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감각적이다.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묘사는 참으로 보기 힘든 빼어난 수작이 아닐 수 없다.
다시다시, 두고두고. 깊이깊이 등 의태어의 반복어 사용에 따른 리듬을 살리고 그에 맞춘 읽습니다, 찾습니다, 품습니다 등 절묘하게 배치하였다. 일반적인 단어를 사랑에 비춰보니 읨의 수준을 한차원 높게 만들었다. 사랑에 있어 다시다시, 두고두고, 깊이깊이 참으로 일물일어 법칙처럼 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모상철: 한국문인협회문학사편찬위원, 서울문학상 등 다수 문학상 수상, 모상철시조문학상운영, 시조집 6권 및 동시조집 5권 출판

사진 김명호


글 사진 김명호

ICPSCⓒ?All Rights Reserved